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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in이슈]이재용 영장기각 논란...대체 영장 발부 기준은?

19일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있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영장 기각을 놓고 말이 많다. 법원이 또 다시 재벌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시대적 소명인 정경유착 근절을 위해 이재용을 구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사법부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의 판단과 국민 상식 사이의 괴리는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사법부는 정말 재벌 앞에서 약해지는 것인가. 과거 재벌 총수에 대한 영장 사례를 보면 항상 총수의 손을 들어줬던 것은 아니다. 사안마다 다르다. 판사는 오롯이 법리적 판단으로 결정한다. 일반의 상식과 법리는 다르다. 국민 정서와 추상적인 시대 정신에 치우칠 경우에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떠받치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재용 영장 기각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적 소명과 개별 사건의 특수성보다는 형사소송법상 원칙과 법리에 충실한 사법부 시각에서 영장 발부 기준을 음미해보자. 발부 기준은 먼저 ‘(형법상 징역형이 가능한) 범죄 혐의의 소명’ 여부다. 정식 재판의 유무죄 판단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장 청구 시점에서 혐의가 인정된다는 판사의 확신이 필요한 것이다. 범죄 혐의가 인정되거나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구속 사유에 해당한다. 이번 기각은 범죄 혐의의 소명이 부족하다는게 기각의 이유였다. 과거 주요 총수 영장 사례를 살펴본다.



#정몽구 현대차 비자금 조성 사건



지난 2006년 4월28일 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로 향하던 정몽구 회장의 모습 /연합뉴스




2006년 3월 26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 100여명이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본사와 계열사인 글로비스, 현대오토넷 등을 급습했다. 그룹 재무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가 검찰에 수천억대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 배임을 밝힐 수 있는 회계자료 등이 들어있는 비밀금고 위치까지 제보한 상태였다.

압수수색 결과, 그룹 총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비상장 물류회사인 글로비스에 자동차 수송 등의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아들인 정의선씨에게 경영권을 불법 승계시키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압수수색 한 달 만인 4월 28일 정몽구 회장에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며 정몽구 회장을 구속시켰다.

#김승연 한화 회장 폭행 사건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안긴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12년 8월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2007년 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미국 예일대에 다니는 둘째 아들(21)이 술집에서 구타를 당하고 오자 김 회장이 직접 나서 S클럽 종업원을 청계산 인근 신축 건물로 끌고 가 보복 폭행을 했다는 혐의였다. 당시 이 사건은 재벌 총수를 영장 구속시킨 국내 첫번째 기록이었다.

당시 이광만 영장 담당 부장판사는 “김회장이 영장 청구서에 적힌 범죄를 범했다는 상당한 이유가 충분하고,이에 따라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발부하게됐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법정에서 충분히 자신의 잘못에 대해 말했으며, 자신 때문에 국가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다른 경제인들에게 사죄 드리고, 다시는 자신과 같은 어리석은 아버지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재현 CJ 회장 조세포탈 횡령·배임 사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13년 7월 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3년 7월 이재현 CJ부회장은 조세포탈 횡령·배임·탈세 등 혐의로 구속됐다.

CJ그룹 회장실 산하에 자신의 개인 재산을 관리하는 전담팀을 두고 6,200억원대의 국내외 비자금을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조성·관리해 온 사실이 드러나 재벌 오너의 도덕적 불감증도 문제가 됐다. 당시 서울지방법원 영장전담 재판부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고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 회장은 혐의를 상당부분 부정하며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을 펼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이 회장은 2013년 7월부터 3년 1개월간 1심, 2심에 파기환송심까지 거쳤지만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2016년 8월 사면됐다. 이 부회장은 현재 공식 경영 복귀를 준비하고 있지만 사면 대가로 미르재단 등을 통해 최순실측에 돈을 준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 또 다시 노심초사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 횡령 배임 사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00억원 규모의 배임·횡령 혐의 수사와 관련해 2016년 9월 20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9월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400억원,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번째 부인 서미경 씨와 딸 신유미 씨에 100억원 등 약 500억의 부당 급여 등을 챙겨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당시 검찰은 신 전 부회장과 서 씨, 신 씨 등이 국내 계열사에는 등기 이사 이름만 올리고 아무런 경영 활동 없이 ‘공짜’ 월급을 받아간 점,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서씨와 신 씨가 운영하는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등에 줘 이들 업체가 77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게 해준 점 등을 혐의를 적시했다.

하지만 해당 영장은 기각됐다.

이번 이재용 영장을 담당했던 조의연 영장 담당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수사 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는 이번 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 사유와 동일한 이유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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