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쇼(no-show)’는 말 그대로 예약한 고객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사전 양해없이 일방적으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었지만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미처 연락하지 못한 채 예약을 못 지킬 수도 있는데 그것이 도덕성의 문제나 성숙하지 못한 매너로까지 비화돼 비판받는 상황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노 쇼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인 손실을 극히 일부라 할지라도 고객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은 자칫 회사의 서비스 본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최근 노 쇼 문제가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업자 간의 노력으로 점차 해소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여러 데이터가 언론에 보도되며 회자되는 사실이 반갑다. 그중에서도 예약 및 결제 시스템의 개선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방식에 크게 공감한다. 예약시 선결제를 도입하거나 예약금을 결제해야 최종적으로 예약이 완료되는 시스템을 도입해 노 쇼 문제를 완화할 수 있게 되는 사례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당사도 경험한 바가 있어 소개한다.
지난 2013년 12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제주 지역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의 온오프라인 예약을 대상으로 선결제 정책을 시행했을 당시 전체 예약 대비 노 쇼 비율이 0.2%까지 감소하는 효과를 경험했다. 물론 취소할 경우에는 100% 환불이었고 사용시간 이전까지 취소만 이뤄지면 고객이 전혀 위약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결제과정을 거치면서 다소 번거로운 절차를 감수해야 했지만 이 정책으로 예약 과정에서 왜 굳이 선결제를 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오히려 약간의 장치에 의해 소비자 스스로의 자발적인 책임 있는 약속 이행이 이뤄지고 회사도 정확한 고객 인입 예측으로 보다 잘 준비된 차량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어 ‘윈윈’이었다.
노 쇼를 줄이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업자 간의 상호 공감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고객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예약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음을 양해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일차적으로는 업체에 피해가 갈 뿐 아니라 다른 고객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공감시킬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또 예약을 지키지 못할 경우 당연히 사전에 통보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한 음식점 주인이 “예약이 변경되면 꼭 연락주십시오”를 “예약이 변경되면 꼭 연락주시겠습니까?”라고 멘트를 바꾸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개선 노력이 노 쇼 비율을 30%에서 10%대로 감소시켰다고 소개했다. 작은 공감대 형성이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의 시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민족의 큰 명절인 설날에 상호 공감을 통해 소비자와 업체 모두 즐거운 연휴를 맞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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