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1~22일 주말 동안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귀국 후 연일 구설수에 시달리며 지지율 정체를 보이고 있는 반 전 총장은 설 연휴가 분위기 반전의 분수령이라고 판단하고 정책·비전 제시와 전열 재정비를 위한 구상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당초 21일로 예정됐던 강원도 평창 방문일정을 취소했다. 반 전 총장 측은 “기상 여건상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귀국 직후 전국을 횡단하며 숨 가쁜 행보를 이어 왔던 반 전 총장은 일요일인 22일에도 특별한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았다.
캠프 측에선 기상 여건 변화 등을 일정 취소의 이유로 제시했지만 정치권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논란 속에서 반 전 총장 측이 모종의 전략 조정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KBS 대선주자 대담, 25일 관훈클럽 토론회 등이 잇따라 예정돼 있는 만큼 ‘민생 투어’를 일단 마무리하고 정책·비전 제시를 통해 지지율 반등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제3지대 인사들과의 회동을 당초 계획보다 이른 설 연휴 전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은 주말 이틀 동안 마포 사무실에서 정치, 외교·안보, 경제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열공’하며 내공을 다졌다고 한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각종 토론회를 무대로 삼아 정책·비전으로 승부를 봐야 설 밥상머리 민심을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반 전 총장 측은 대대적인 조직 정비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직후부터 캠프 내부에선 외교관 그룹과 옛 친이계 인사 간의 알력다툼을 둘러싼 소문이 심심치 않게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반 전 총장에 대한 논란이 연일 터져 나오면서 외교관 그룹을 2선으로 후퇴시키는 대신 현역 친이계와 충청권 의원들을 대거 영입해 정무·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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