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를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동남아시아의 경제 우등생으로 꼽히는 베트남이 시장개방 속도를 높이면서 해외투자자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이 경쟁력 증진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영기업 지분을 매각하고 해외 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증시 분석가들은 올해 베트남 주가지수가 작년 말 대비 12% 가량 올라 10년 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베트남 정부가 국영 전력회사인 페트로 베트남 파워의 지분 일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 베트남의 자회사인 페트로 베트남 파워는 현지 최대 전력 공급업체다. 베트남 당국이 이번에 매각할 페트로 베트남 파워의 지분 총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정부 지분은 50%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WSJ에 따르면 베트남 당국은 지분 매각으로 번 돈을 발전소 건립 등 전력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베트남 정부가 지분 매각을 구상 중인 국영기업은 페트로 베트남 파워 뿐만이 아니다. WSJ은 당국이 현지 최대 맥주 제조회사인 국영기업 사베코 매각 주관사를 물색하기 위해 지난달 해외 투자은행들을 초청하는 등 소비재 국영기업의 민영화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가총액 60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의 사베코 매각 작업은 오는 4월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당국은 또 다른 맥주 국영기업인 하베코 지분 매각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국영 유제품 회사인 비나밀크의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 음료업체 프레이저앤니브에 5억 달러에 매각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해외 자본의 은행 지분 인수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최근 통신과 인터뷰에서 “은행에 대한 외국인 투자 한도를 높이고 증시에 대한 접근권도 확대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관련 계획을 정비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에서 외국인은 은행 지분을 최대 30%까지 보유할 수 있다. 베트남 당국은 해외 자본이 베트남 은행에 대한 지분을 늘리면 국내 기업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늘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푹 총리는 “외국인 투자가가 투자 실적이 저조한 은행을 매입하는 데 관심을 보인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지분을 넘길 수 있다”며 “이는 베트남 경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푹 총리는 또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적 재산권 보호 등 외국인 투자에 도움이 되는 요소를 도입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베트남을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겠다”며 지적 재산권 보호, 세금 감면, 전기 및 토지 접근 권한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은 젊은 노동력이 많아 인구부문에서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베트남에 투자해 그들을 훈련시키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베트남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개방 정책을 높게 평가하며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투자은행 내틱시스의 트린 느구옌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고무적인 경제 성장세를 보이는 베트남의 국영기업과 은행은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외국 자본 투자 유치를 원하는 정부와 투자자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트남 증시 분석가들은 국영기업 지분 매각과 상장기업 증가 등에 힘입어 올해 베트남이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올 연말 호치민 거래소의 VN지수가 작년 말 대비 12%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인 74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은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6.7%와 6.2%씩 증가해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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