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의 절반가량이 민족주의 색채를 띨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세계 각국이 취임사를 두고 “어조가 상당히 민족주의적”이라며 “앞으로 힘든 여정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를 표명한 것도 그래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미국을 다시 건설하자”면서 다른 나라에 대한 불신과 반감도 드러냈다. 그는 “다른 나라들에서 우리 제품들을 만들고, 우리 기업을 훔치고, 우리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면서 “모든 힘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해 앞으로 후폭풍이 얼마나 거셀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초강경 발언을 고려하면 대한(對韓) 외교 및 통상압박도 단지 시간문제일 뿐으로 판단된다. 곧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가뜩이나 취약한 한국 경제에 태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트럼프노믹스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나라로 한국과 중국·일본을 꼽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냉철하고 주도면밀한 대응책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미 FTA가 폐기돼 이전으로 돌아갈 경우 트럼프 행정부 1기 4년 동안 대미 수출 손실액이 130억1,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쇼크가 나타나지 않도록 이제라도 정확히 방향을 잡아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야당의 전폭적인 협조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국가적 위기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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