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탄핵소추로 직무정지 상태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 측이 21일 언론보도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특검 관계자의 말을 실은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부인하며 중앙일보 관계자와 해당 기사의 출처가 된 특검 관계자를 고소하기로 한 것이다.
탄핵 이후 청와대가 언론보도에 법적으로 대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사실 청와대가 언론보도에 대해 ‘고소’한 일은 새롭지 않다. 2013년 2월 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지난 4년 동안 청와대가 언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건수는 약 13건에 이르러 역대 정부 중 최대치다. 이 가운데 청와대 소송 제기의 원고·고소인으로 가장 많이 오른 인물은 블랙리스트의 작성·관리의 총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대표적으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 4인은 2013년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가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의 미행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보도하자 명예훼손을 명목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당시 박 대통령 본인이 직접 시사저널 등을 거론하며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한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국민일보가 2013년 10월 4일 “불통 청와대, 진영 파동 불렀다”라는 기사를 내보내자 김 전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 2인은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국민일보는 자사 보도를 뒤집는 추가보도를 냈고 이후 청와대는 소송을 취하했다.
또한 김 전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은 세월호 참사 보도의 정정보도와 8,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2014년 한겨레신문을 고소했다.
한겨레는 2014년 4월 17일 ‘쇼크 상태였던 아이가 왜 박 대통령 현장방문에’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경남 진도 체육관을 방문하며 세월호에서 구출된 권모양과 만난 사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담았다. 당시 기사에는 “정말 아이가 걱정됐다면 저 사람 많은 곳에 끌고 나와 수많은 카메라가 번쩍이며 그 앞에서 손을 잡아주며 위로하지 않았겠지” 등 네티즌과 정신과 의사의 의견과 함께 이에 대한 반론도 실렸지만 김 전 비서실장을 주축으로 청와대는 ‘청와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한겨레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2014년 12월 법원이 한겨레 측의 손을 들어주며 마무리됐다.
이외에도 청와대는 현재까지 2014년 말 정윤회 씨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보도한 세계일보, 김 전 비서실장의 ‘교체설 조사 직접 지시’ 의혹을 보도한 동아일보, 경향신문, 시사인 등 10개 이상의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홍주환 인턴기자 theh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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