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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렌터카 시대

지난해 7월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전 국가대표 농구선수 서장훈 등이 렌터카에 대한 이런저런 경험담을 주고받았다. 서장훈은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차가 아무리 좋아도 ‘허’자 붙은 렌터카는 무시 받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로 렌터카 번호판을 보면 흰색 수정액으로 ‘허’를 지우려 한 흔적들이 종종 발견되기도 했다”라는 말도 나왔다. 당시에는 개인이 허자 번호판을 단 렌터카를 몰고 다니면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는 얘기다. 렌터카 하면 주로 기업 등 법인에서 임원용이나 사내 업무용으로나 쓰는 것으로 여기던 때였으니 그랬지 싶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다. 요즘 아파트 주차장에 가보면 ‘허’자 외에도 ‘하’ ‘호’자 번호판이 붙은 렌터카가 수두룩하다. 그것도 대형차나 수입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30대 젊은 층이 고가 외제 렌터카를 타는 모습도 이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렌터카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뀐 것이다. 이렇게 된 배경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유보다 사용가치를 중시하는 합리적인 소비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굳이 차를 사지 않고 빌려 타면 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를 자산으로 여기지 않는 가치관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유경제 확산으로 일종의 초단기 렌터카인 카셰어링 서비스에다 3~5년간 빌려 탈 수 있는 개인 장기렌터카 서비스까지 가세하면서 렌터카 시장이 쑥쑥 크고 있다. 서울시가 조사해보니 지난해 말 기준으로 렌터카 등록 대수가 50만대를 넘어섰다는 보도다. 서울 시내에 돌아다니는 차량이 300만대 수준이니 6대 중 1대가 렌터카인 셈이다. 지난 2012년 24만대에 비하면 4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이런 성장세는 계속돼 올해 국내 렌터카시장규모가 6조원을 훌쩍 넘어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집에 ‘허’‘하’‘호’ 번호판 차량 한 대쯤 있는 시대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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