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 예산이나 제도 등 공공의 자산을 가지고 현 정권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아주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차별·핍박한 행위”라고 폭로했다.
23일 오후 2시 유진룡 전 장관은 박영수 특결검사팀에 출석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폭로했다.
유진룡 전 장관은 “저와 저희 동료·후배들이 목격하고 경험한 모든 정보를 취합해 볼 때 블랙리스트는 분명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전 실장이 취임한 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행위를 지시하고, 적용을 강요했기 때문에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 및 활용에 대해서 굉장히 큰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배경도 언급했다. “블랙리스트는 구체적으로 현 정권에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차별,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당 인사들에 좌익이라는 누명을 씌어서 배제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유진룡 전 장관은 “일각에서는 ‘반체제적인 인사에 대해서 명단을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 정당한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면서 “정당한 일이라고 하는데 정작 김 전 실장을 비롯해 주도한 인물들은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 누가 그 일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인물들이 모두 의혹을 부인하는 것과 관련해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체제수호를 위해서 반대하는 사람은 모욕하고 핍박했다. 모든 조치를 다 강요했으면서 이제 와서 자기네들은 모른다, 안 했다고 하는 태도는 너무 비겁하다”고 전했다.
또한, “김 전 실장이 주도한 이 정권이 자기네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을 차별·배제 위해 공권력을 다 동원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 민주적 기본질서와 가치를 절대적으로 훼손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구속 이후 블랙리스트 수사의 초점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보고·관여 등 개입 여부로 옮겨간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저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지시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특검은 박 대통령이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서 서면보고를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서 수사를 하고 있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박재영기자 pjy002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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