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징계 위기에 몰렸다. 표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 상태로 묘사한 그림이 포함된 시국 비판 풍자 전시회 ‘곧, 바이! 전(展)’의 전시공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긴급최고위원회를 열고 표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예술작품 자체는 풍자 요소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전시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나왔다”며 문제가 된 작품은 내리지만 전체 전시회가 취소되는 지는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표 의원의 최종 징계 여부는 이후 조사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이번 논란은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에서 시작됐다. 해당 작품은 에두아르 마네의 대표작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것으로 박 대통령이 나체로 등장한다. 배경으로는 침몰하는 세월호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상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라고 적힌 미사일, 진돗개 두 마리와 주사기로 만든 꽃다발을 든 최순실씨가 그려져 있다.
해당 작품을 두고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그림이 국회에 전시된 것은 대단히 민망하고 유감스런 일입니다. 작품은 예술가 자유이고 존중돼야 하지만 그 작품이 국회에서 정치인 주최로 전시된 것은 적절치 않았습니다”라며 “예술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은 다릅니다”고 선을 그었다. 문 전 대표는 “예술에서는 비판과 풍자가 중요하지만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표 의원은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시사 풍자 전시회를 열겠다고 작가들이 요청해 도와준 것일 뿐”이라며 “사전에 작품 내용은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표 의원은 “풍자를 하다 보니 자극적으로 보이는 면이 있긴 하다”며 선정성 논란을 일부 인정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예술에 대해 정치권력이 탄압했던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이 같은 전시회가 열린 것인데 표현의 자유 영역에 대해 정치권력이 또다시 공격을 한다는 것은 예술에 대한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존중받고 있지 못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표 의원은 이날 오후 2시께 트위터를 통해 해당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해 전했다.
다음은 표창원 의원의 입장 전문이다.
<표창원 의원 입장 전문>
전 늘 말씀드렸듯 비판을 존중하고 다른 입장을 인정합니다. 다만, 허위사실이나 사실왜곡에 기반한 정치공세에는 반대합니다.
1. ‘표현의 자유를 지향하는 작가 모임’의 요청
블랙리스트 사태와 국정농단에 분노한 예술가들이 국회에서 시국을 풍자하는 전시회를 열고 싶다며 장소대관을 위해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 의원실로 왔습니다. 저는 도움을 드리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서 국회 사무처에 전시공간 승인을 요청드렸습니다.
2. 국회사무처의 난색 표명, 협의와 설득
국회사무처에서는 ‘정쟁의 여지가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셨고, 작가회의에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닌 풍자라는 예술 장르, 국회라는 민의의 대변장에서 금지해선 안된다’는 입장이셨고 전 “전례가 없지만 시국의 특성과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회에서 예술에 대한 사전검열이나 금지를 해서는 안되지 않느냐”고 설득해서 결국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3. 예술의 자유, 정치의 배제
이후 모든 준비와 기획과 진행, 경비 확보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등은 ‘작가회의’에서 주관, 진행했고 저나 어떠한 정치인도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여당 및 친여당 정치인의 “표창원이 작품을 골랐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입니다.
4.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
전시회가 개막하고 현장을 둘러 본 전 지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이 있음을 알았고, 그 외에도 국회의원을 ‘머리에 똥을 이고 있는 개’로 묘사한 조각품, ‘사드’ 문제를 풍자한 만화 등 다양한 풍자 작품들 봤습니다. 특히, ‘더러운 잠’은 잘 알려진 고전 작품인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했다는 설명을 들었고, 분명히 제 취향은 아니지만 ‘예술의 자유’ 영역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정치적 논란
지난 주 금요일(1월 20일) 오후에 전시회가 개막됐고 저녁 8시에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도 열렸습니다. 이후 별 문제없이 전시회가 진행되던 중, 어제 (23일 월요일) 저녁에 보수 성향 인터넷 신문에서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했고, 이후 언론사들이 이를 받아서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확대되었습니다.
제 전화는 불이났고 두 명의 기자에게 간략한 사실관계 설명하는 인터뷰 외에는 어떤 연락도 받을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제가 속한 정당에서 절 윤리심판원에 회부했다는 이야기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6. 국회 사무처의 ‘더러운 잠’ 철거 요청
오늘 오전에 국회 사무처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더러운 잠’을 자진 철거해 달라는 요청을 작가께 하겠다 하시면서 제게도 양해와 협조를 요청해 오셨고, 전 국회사무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처음부터 우려를 하고 계셨고, ‘예술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여러 정당이 협력해야 하는 국회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비난 등 ‘정쟁’의 소지가 되는 사안은 방지해야 하는 ‘중립’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철거 여부는 제가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작가의 ‘자유’ 영역이라는 점을 설명드렸습니다. 다만 작가와 주최측인 ‘작가회의’에 사무처의 입장과 우려를 충분히 설명해 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7.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1) 전 저를 대상으로 한 조롱과 희화화, 패러디, 풍자 예술 작품에 개입하거나 관여하거나 반대하거나 방해할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얼마든지 하십시오. 다만, ‘공인’이 아닌 제 가족, 특히 미성년자인 자녀만은 그 대상에서 제외하셔야 합니다. 그들은 ‘공인’이 아니며 보호받아야 할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2) 같은 마음으로 대통령이나 권력자, 정치인 등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과 풍자 등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주십사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3) 하지만, 일반 국민이나 예술인의 ‘자유’에 해당하는 표현이 아닌, 정치인 등 ‘공인’이 정치적 목적이나 이해관계 혹은 감정 때문에 모욕 혹은 명예훼손적 표현을 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제가 이번 전시회를 의도했거나 기획했거나 개입했거나 검열 등 여하한 형태로 관여했다면 당연히 비판받고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위에 설명드린 제 역할과 행위 중에 이러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고 비판도 달게 받겠습니다.
(4) ‘시기’의 문제 및 ‘의도하지 않은 효과’에 대한 책임 : 지금이 탄핵 심판 및 (조기)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이며, 이러한 상황에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해서 의도하지 않았을 부작용을 일으킨 점에 대해 지적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존중합니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겠습니다. 어떻게 져야 할 지는 좋은 안을 주시면 신중히 검토하겟습니다.
어떤 방향의 판단이든 여러분의 판단이 옳습니다. 전 제가 하는 언행이 늘 옳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혼자만 옳다는 아집에 빠진것은 아닌 지’ 고민하고 언행을 합니다. 하지만, 저도 부족하고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옳지 않거나 적절하지 않은 언행을 할 수도 있겠죠. 늘 배우고 깨우치려 노력합니다. 다만, 논란이나 불이익 혹은 압력이 두려워 피하거나 숨지는 않겠습니다.
8. 저는 ‘예술의 자유’를 지키고 보장해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예술에 전문성이 없고 예술가가 아니라서 개입이나 평가를 할 자격도 없고 의도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게 예술가들이 해 오신 요청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협조를 해 드리는 것이 제 도리라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설명이 되었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20일부터 열린 ‘곧, 바이! 전(展)’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비판하기 위해 20여명의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팝 아티스트 이하·위안부 소녀상을 만든 부부작가 김운성·김서경 작가 등도 포함돼 있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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