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협상 개시를 위해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판결에 대비해 이번 주 안으로 의회 승인 요청안을 마련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개시를 선언하는 리스본 조약 50조의 발동에 대해 의회의 동의를 구하는 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영국 대법원은 정부가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해 11월 “영국 헌법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의회가 주권을 갖는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영국 정부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결정을 유지해 결국 패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할 경우 브렉시트 협상에서 의회의 권한이 늘어나게 돼 정부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브렉시트 절차에서 의회의 역할을 늘리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보수당 내에서도 영국이 EU 단일 시장 접근권을 잃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정부는 패소에 대비해 의회 승인 요청안을 마련함으로써 브렉시트 협상에 신속히 돌입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법원 판결의 세부 내용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판결문을 완벽히 소화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하는 데는 3~4일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현재 다양한 판결 결과에 대비해 서로 다른 4개의 법안 초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대법원 판결에 가장 부합하는 초안이 최종적으로 선택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안을 입안한 장관들은 의회에서의 표결에 앞서 논쟁을 최소화하고, 야당의 수정을 막기 위해 문장 몇 개로만 이뤄진 간단한 법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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