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의 ‘1인당 130만원 지급’ 공약이 화제가 되고 있다. ‘무책임한 퍼주기 공약’이라는 지적과 ‘보편적 복지 수단인 기본소득 도입’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옹호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이다. 이 시장의 구상이 실현 가능한지 알아봤다.
이 시장은 23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29세 이하와 65세 이상 국민, 농어민과 장애인 2,800만명에게 기본소득을 연 100만원씩 지급하고 국토보유세를 만들어 전 국민에게 연 30만원씩 토지배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이 밝힌 분야별 재원 마련 방안을 보면 기본소득 100만원은 기존 정부예산 400조원의 7%(28조원)를 절감해 지급하겠다고 설명했다. 추가 재원 마련 없이 쓸데없는 도로·교량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줄이면 된다는 것이다. 정부 측은 이를 두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체 예산 중 법에 따라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과 인건비 같은 경직성 비용이 70% 가까이 된다”며 “줄일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7%를 줄인다면 규모가 예상보다 줄어들고, 이를 구분하지 않고 단순계산으로 28조원을 줄인다면 실제로는 엄청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직성 예산을 제외하면 약 120조원이고 이 자금들도 다 용도지정이 돼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 지급용 예산 28조원을 120조원에서 빼 내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채 1조원도 안 되는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수년간 정부·여당과 야당이 대립한 것을 보면 28조원을 빼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SOC 예산 역시 최근 수년간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해 대폭 삭감할 수 있을 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토지배당의 경우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연간 15조원을 거둬들여 5,000만명의 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주겠다는 게 이 시장의 구상이다. 기존 보유세가 너무 적은 만큼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고 이를 기본소득의 목적세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에 급등하는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며 신설한 종합부동산세의 전례에서 볼 때 극심한 조세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수에 편중된 부동산 보유 현실을 고려해 보유세를 올리자는 공감대는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세계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양도세는 지나치게 높아 (보유세를 신설할 경우) 양도세에 대한 조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만큼 임대료가 올라가고 결국 서민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국회 입법 과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 시장 측은 “전문가들이 충분히 검토한 공약이고 이미 성남시에서 검증된 것을 토대로 마련했다”며 “성남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빚을 갚고 복지를 늘려왔기 때문에 이번 공약도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는 “공약 이행은 지도자의 철학과 의지의 문제며 예산을 집행할 때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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