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8일 개봉해 6일 만에 전국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가도를 질주하고 있는 영화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 분)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인 검사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
‘더 킹’의 흥행을 이끄는 1등 공신은 단연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정국에 뒤지지 않는 민감한 정치적 이슈다. ‘더 킹’에는 전두환 대통령부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대통령들의 취임식 장면을 비롯해, 6월 항쟁, 조선총독부 건물 폭파, IMF 경제위기, 故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과 서거 등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영화 속에 직접 담아낸다.
특히 故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장면은 한재림 감독이 ‘더 킹’을 연출하게 된 계기라고 스스로 밝힐 정도로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당한 후 웃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과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조사 당시 웃고 있던 홍만표, 우병우 등의 모습이 영화에서 정우성과 배성우를 통해 그대로 재현되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런 정치적 이슈 덕분에 ‘더 킹’은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보이콧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박사모 카페에서는 “애국시민의 무서움과 강력한 결속력을 보여주자”는 게시글과 함께 ‘더 킹’ 보이콧을 독려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네티즌과 관객들은 이에 아랑곳않고 박사모가 보이콧하는 대신 두 번 본다며 응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 역시 ‘더 킹’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국회 대표실 최고 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최고위원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대화에서 “박봉과 야근 등 격무에 시달리는 99% 검사들의 명예를 더럽히는 1% 정치검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더 킹’을 보면서 국민들은 김기춘과 우병우를 떠올린다”고 말해 정치계도 들썩이고 있다.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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