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미 대선 이후 대만달러만 아시아 국가 통화 중 유일하게 미국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대선일인 지난해 11월8일 이후 이날까지 미달러 대비 엔화와 위안화 가치는 각각 8.07%, 1.06% 떨어졌지만 대만달러는 0.21%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달러 강세가 이어졌음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대만 투자도 증가 추세다. 대만 자취엔지수는 전년 대비 20% 오르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이달 외국인 투자액만도 150억달러(약 17조4,700억원)에 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악화에도 대만에 투자가 몰린 것은 지난해 애플 아이폰7 출시로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만증시 시가총액 1, 2위는 애플에 아이폰 부속품을 공급하는 TSMC와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으로 두 회사 주가는 애플의 아이폰 출시 시기에 맞춰 오르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12월 대만 수출 규모가 지난 2013년 이후 최고폭으로 증가하는 등 아이폰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올해 아이폰 출시 10년에 맞춰 애플이 신형 아이폰인 ‘아이폰 8(가칭)’을 출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돌면서 올해 대만 투자 역시 긍정적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만 자산운용사 유니프레지던트의 벤 린 펀드매니저는 “여전히 대만달러가 강세지만 (경제) 성장 전망이 긍정적이어서 더 많은 자금이 몰려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아이폰 효과’가 대외 변수를 계속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 기조에 더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양안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어서 정치불안은 경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클리프 탠 홍콩 미쓰비시은행 동아시아지역 리서치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카드로만 대만을 활용한다면 관심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관심사는 (대만이 아닌) 미중 간 무역균형”이라고 지적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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