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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4.0시대-스위스] 세계 4대 엔지니어링업체 'ABB'의 독특한 시도

4차 산업혁명 대비 명확한 비전 제시

사업부에 자율권...벤처식 조직개편도

울리히 스피어스호퍼 ABB 최고경영자(CEO)/사진제공=ABB




“미래에는 디지털 산업혁명 덕분에 많은 사람의 일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규칙적인 노동시간이나 수직구조 같은 전통적인 고용관계는 거의 보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세계 4대 엔지니어링 업체 ‘ABB’는 지난 1976년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제어되는 산업용 로봇을 상용화하며 ‘대량생산·자동화’로 상징되는 3차 산업혁명 시대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고는 ABB에도 계속 시장의 리더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묻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울리히 스피어스호퍼 ABB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직원들을 향해 ‘디지털 전환’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직접 눈앞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이 보통 직원들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솔직하게 밝히고 회사와 구성원들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 것이다.

스피어스호퍼 CEO는 이 글에서 직원들에게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역설했다. 그는 산업용 로봇이 없었다면 독일이 일본을 상대로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며 “새로운 산업혁명이 올 때마다 혁신적 기술은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를 가져다줬다”고 강조했다. 대신 그는 “새로운 직업의 세계는 우리에게 더 다양한 지식과 창의력, 유연성과 변화에 대한 확신이 필요할 것”이라며 직원들이 이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했다.



CEO의 명확한 비전 제시와 맞물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ABB 조직의 변화는 벌써 진행되고 있다. ABB는 지난해 9월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자리를 신설했다. 전력 및 자동화 등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디지털 및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자리다. 그룹의 첫 CDO로는 노키아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시스코의 IoT 본부장 출신의 기도 주릿을 임명했다.

또 올해부터 사업부를 파워그리드, 전기제품, 로봇 및 모션, 산업 자동화 등 4개로 재편했다. 각 사업부는 ABB 안에서 별도의 회사처럼 활동하게 된다. 회사를 마치 벤처기업처럼 다양한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다.

스피어스호퍼 CEO는 “기업가정신은 우리의 미래 운영 모델의 기본”이라며 “자율권을 가진 4개의 사업부는 지속적인 가치 창출을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리히=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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