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 연휴 기간 동안의 민심이 올 대선 후보들의 희비를 가를 첫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연말 대선으로 추석 민심이 향방을 좌우해 왔지만, 올해는 4~5월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만큼 이번에는 설 민심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6일까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여야 후보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 등 6명이다. 여기에 공식 출마선언은 안 했지만, 사실상 대권행보에 나서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까지 합치면 8명이다. 야권의 잠재 후보로 거론돼 온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번 설 연휴기간은 전국적으로 3,000만명의 국민들이 대이동하면서 이른바 ‘장터효과’가 일어난다”며 “설 민심에 따라 후보 지지율이 뒤바뀔 수 있고, 후발주자의 경우 만회할 이벤트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는 ‘추석 밥상’에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 올려지면서 당시 김대중(DJ) 후보가 앞서는 절대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 2002년 대선때는 추석 이후에도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서 후보교체 여론이 부상했고, 노 후보측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후보단일화로 극적인 역전승을 기록한 바 있다.
올 해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이 2월말~3월초로 예상되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설 민심이 유일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낼 시간적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여론분석 전문가들은 설 연후 이후 문 전 대표에 대한 대세론이 유지될 경우 반문(反文) 세력의 합종연횡도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제7공화국’으로 대표되는 개헌세력과 제3지대, 빅텐트 세력 등이 여야 통틀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문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반문연대 움직임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배 본부장은 “반문 세력의 입장에서는 설 이후에도 결집하지 못하면 정권창출이 어렵게 된다는 위기감때문에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설 밥상’에 올려질 이슈로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꺼내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 설 밥상에 오늘 이슈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 탄핵 관련 이슈가 블랙홀처럼 설 밥상을 점령하면서 대선 후보들이 꺼낸 이슈가 묻힐 수 있다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통화에서 “최근 특검에 출두하면서 최순실씨가 한 발언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팟캐스트 언론과의 인터뷰 등이 설 밥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며 “대선 후보들에 대한 이슈가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특히 “중소 후보의 경우 설 밥상에 오르지 못하면서 주목을 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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