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민간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김정은이 빨치산 세력을 숙청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이 대북 적대감을 약화시켜 평화 통일로 나아가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4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9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통준위 워크숍에서 이런 발언들을 했다고 행사에 참석한 한 통준위원이 27일 전했다.
이 통준위원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군이나 보위성 등 북한의 중요 권력기관에 빨치산 세대가 없다”면서 “김정은이 빨치산 세력들을 권력 내부에서 축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빨치산 세대들은 누구보다도 권력 투쟁의 속성을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들어낸 것”이라며 “김정은은 북한의 엘리트층을 무서워한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의 이런 발언은 빨치산 3, 4세대들이 김정은 체제를 떠받침으로써 비교적 안정적으로 권력 승계가 이뤄졌고, 빨치산 가문은 북한 사회에서 친척이 탈북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을 정도로 특권층이라는 통념과 배치돼 주목된다. 다만 태 전 공사는 이번 간담회에서 숙청과 관련해 특정 인물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아울러 태 전 공사는 “북한 내 엘리트 계층과 김정은을 분리해 북한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면서 “북한 내 지배층이 통일 한국에서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일할 기회가 있다고 믿을 때 김정은으로부터 이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태 공사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포용정책이 남한에 대한 북한의 적대감을 누그러뜨리는 등 통일의 평화적 이행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북한을 지원하되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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