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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대신 명절대피소 “명절을 피하고 싶어서”

토익과 각종 자격증 등 명절에도 취업 준비

“어차피 핀잔만 들을 텐데 여기가 더 편해”

“정치권, 이번에는 우리 바람 들어주길”

설 연휴가 시작된 27일 파고다어학원이 서울 강남지점에 운영하는 ‘명절대피소’로 사람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두형기자




설 연휴가 시작됐지만 가족들의 취업 ‘잔소리’가 두려운 청춘들이 고향 대신 ‘명절대피소’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27일 파고다어학원이 서울 강남지점에 운영하는 명절대피소에는 오전부터 명절을 잊고 취업활동에 나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100석 가까운 자리에 20여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취업준비에 매진했다. 명절대피소는 일종의 독서실 같은 것으로 이날부터 4일간 운영된다. 파고다어학원은 강남뿐 아니라 종로, 신촌, 부산서면, 부평 등 5개 지점에 명절대피소를 열었다.

명절대피소를 찾은 사람들은 토익과 각종 자격증 관련 서적을 보며 최악의 취업난을 뚫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2016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8%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청춘들의 구직활동은 점점 더 힘겨워지고 있다. 올해도 청년층 고용 여건 전망이 밝지 않아 청년실업률이 곧 두자릿수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명절대피소’에서 20대 남성이 토익 공부를 하며 취업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두형기자




대전이 고향이라는 박경훈(28)씨는 “고향에 가봤자 취업 핀잔만 들을 텐데 차라리 여기가 마음이 편하다”며 “토익 시험을 앞두고 있어 이번 연휴에는 영어공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2년째 구직활동 중이라는 이수정(26)씨는 “최근 친척이 취직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며 “상반기에 꼭 취직에 성공해 추석에는 당당하게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정치권을 향해 뼈 있는 한마디를 하기도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조기 대선의 가능성이 점차 커지면서 대선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이 정작 현실을 잘 모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진혁(31)씨는 “최근 대권후보들이 일자리를 몇십만 개 늘리겠다 하는데 이미 예전에도 같은 약속을 했지만 지켜진 적이 있느냐”며 “그런 말들을 볼수록 회의감만 커진다”고 말했다. 김규화(25)씨는 “단순히 일자리 양만 늘리는 게 아니라 일자리의 질도 높아졌으면 한다”며 “그런 바람이 이번에는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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