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 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파헤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법조계와 사정 당국 등에 따르면 특검은 2월 초순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마친 이후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중이다.
특검의 한 관계자는 “‘마지막 기회’인 만큼 되도록 ‘완벽히’ 준비해서 청구하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로 인해 조사 진행 상황과 뇌물 법리의 적용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일었다.
뇌물 수수 의혹을 받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최순실씨 등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조사가 덜 된 상태에서 공여자 의심을 받는 이 부회장에게 먼저 영장을 청구한 것이 타당한지, 검찰 단계에선 ‘강요’ 피해자로 규정된 대기업들을 특검 수사 이후 ‘뇌물공여자’로 180도 바꾼 데 대한 납득이 적정한지 등에 관해서다.
2월 말로 1차 활동 시한이 정해진 특검에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겨진다. 이 부분은 뇌물 혐의 입증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특검 입장에선 포기하기 힘든 카드다.
그러나 만약 재청구한 영장도 기각될 경우 특검의 기업 수사 동력에 치명적 타격을 입고 여타 기업 수사도 큰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라는 얘기도 있다.
법원은 19일 구속영장 기각 당시 소명 부족과 법리적 다툼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당시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이 온전히 삼성 측의 ‘부정한 민원 청탁’에 의한 것인지, 삼성의 ‘정유라·최순실 지원’은 대가성이 있는 것인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박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는 타당한 것인지 등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 의혹 수사가 기업 수사로 변질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기소 이후 유죄 입증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일단 구속을 목표로 삼는 건 온당치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후 특검은 20∼21일에 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를 이틀 연달아 불러 조사했고,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21일), 최명진 모나미 승마단 감독(21일), 서정균 감독(정유라 전 코치·22일) 등을 소환했다.
특검은 이들에게 삼성 측이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를 지원하는 과정 전반과 이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으며 추가 증거 확보에 주력했다.
특검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해 10월 독일에서 최씨를 비밀리에 만나 정씨를 위한 새로운 말을 사주기로 약속했다는 정황 등도 파악했다.
이는 삼성이 박 대통령의 강요·압박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적극적으로 정씨를 도왔다는 정황을 추적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특검은 대면조사로 확보한 박 대통령의 진술뿐 아니라 이러한 정황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여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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