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 수호라는 명분 아래 발표한 강경한 이민 규제 조치가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을 자극해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을 오히려 늘릴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 내에서 고조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미국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공동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두 의원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서 자해가 된다”며 “이 행정명령이 우리의 안보를 개선하기보다 무슬림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을 모집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의도했든 아니든 미국이 무슬림을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싸움에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이슬람 동맹국들이 미국을 거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NYT는 성명을 발표한 두 의원들 외에도 공화당 내에 반이민 행정명령을 극단적이라고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의회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을 입법부 차원에서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NYT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협력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뒤집는 입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슈머 의원은 “공화당 의원 일부의 지지만 얻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뒤집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며 “공화당 의원들과 접촉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의 가치에 반하며 미국인으로서 우리의 자부심을 떨어뜨렸다”며 “입법부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거둬들일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공화당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미국 석유재벌 코흐 형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NYT에 따르면 찰스 코흐, 데이비드 코흐 형제의 정치 네트워크인 ‘코흐 네트워크’의 브라이언 훅스 공동의장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에서 열린 상반기 심포지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훅스 의장은 “이 나라에 공헌하며 가족을 위한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에 온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고도 미국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무슬림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 중단 조처는 잘못된 접근이며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NYT는 코흐 형제가 자금 지원을 통해 공화당 의원들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당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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