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기간 지역 민심을 확인하고 돌아온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이 대선 캠프 구축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4월말~5월초로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만큼 당장 당내 경선을 준비해야 하고, 곧이어 대선 본선으로 직행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때문이다.
여야를 통틀어 압도적인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설 연휴 기간 경남 양산 자택에서의 대선 구상에 몰입하다 30일 상경했다. 문 전 대표는 우선 대선을 향한 첫 관문인 당내 경선에 대비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여론조사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 쟁쟁한 후보들의 도전이 만만찮은 데다, 경선 방식이 완전국민경선과 결선투표로 치뤄진다는 점에서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2월 중순 경선캠프 구성과 함께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2월말이나 늦어도 3월 초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를 추격해야 하는 입장인 이 시장과 안 지사는 예비후보 등록과 캠프구성 역시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지난 22일, 이 시장은 23일 각각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들은 예비후보 등록과 캠프 구성을 순차적으로 하면서 추격태세를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만큼 당내에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 시장과 안 지사의 세몰이 경쟁은 한층 뜨겁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의 행보가 당내 경선의 흥행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하지만 이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지자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려 “민주당 경선에서 경쟁하되 전쟁하지 말아야 한다”며 “폭언·비아냥·모욕·음해는 지지·기대를 무너뜨리는 자해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지자 모임에서도 과도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체정화를 당부드린다”며 당내 경선이 벌써부터 과열양상으로 치닫는 데 대한 우려감을 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등은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흔들기 위한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당분간 ‘제3지대’에서 독자 노선을 걸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신당 창당이나 정치적 연대 등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이르면 이번 주 중 공식적인 대선 캠프를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구성 과정에서 전·현직 정치인과 전문가 집단을 영입해 그동안 취약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무라인과 공보라인이 강화될 지 주목된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회동하고 제3지대 건설에 주도적으로 나선다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안 전 대표측은 이날 정 전 총리와 회동 사실을 전격 공개하고 “엄중한 시국상황과 경제위기 극복방안, 미래한국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과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교육·과학기술·창업분야의 혁명적 변화, 동반성장 도입 등 5가지 실천내용에 합의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다만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대선 일정은 당과 협의해서 진행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출마선언 역시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가 중요하지, 무리해서 일찍 할 필요는 없다”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연휴 기간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반 전 총장과 연달아 회동하면서 명절 후 행보에 속도를 낼 것을 예고했다. 야권 안팎에서는 손 의장이 국민의당과 어떤 방식으로든 연대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권도전을 선언한 정 전 국무총리 등과도 연결고리가 생긴다면,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의 움직임도 크게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이날 “빅텐트는 민심에 의해 기둥을 박지 못하고 날아가 버릴 것”이라며 경계감을 드러낸 것도 제3지대의 파급력에 긴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범보수 후보중 한명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선 캠프 진용의 윤곽을 공개했다. 대선 후보 가운데 캠프 진용을 밝힌 것은 유 의원이 처음이다. 유 의원은 이와 함께 “문재인 후보를 상대로 승리할 보수 후보로 단일화 노력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겠다”며 ‘단일 보수후보론’을 제기하며 설 민심을 반영한 첫 메시지를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바른정당은 ‘좌우쌍포’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를 내세워 대선후보 경선 준비에 착수한다. 당초 반 전 총장 영입을 통해 경선구도를 만들려던 계획에서 쌍포로 경선을 치르고 나중에 다른 세력과 연대를 하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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