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함께 남미대륙의 중심국가다. 아르헨티나 신정부는 올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와 2018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등 지역 리더로서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오래전부터 인권 및 군축 분야에서 국제논의를 리드해왔으며 다자주의를 대외정책의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고 있다. 40년 전 호르헤 비델라 군사정부의 ‘더러운 전쟁’으로 3만명이 실종되거나 살해되는 등 전대미문의 인권탄압을 경험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인권문제에 매우 민감하고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중남미 핵심국가인 아르헨티나는 아시아의 중견국인 우리에게 의미 있는 파트너다.
북한 당국의 인권침해와 핵 개발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아르헨티나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확인되는 즉시 규탄성명을 낸다. 상원과 하원도 지난해 상반기에 북한의 인권과 핵 개발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과 결의안을 각각 통과시켰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의회도 2015년 말 북한인권 규탄 선언을 발표했다. 정부와 연방의회, 그리고 시의회가 이렇게 일치된 목소리를 낸 것은 중남미에서 유일한 사례다. 아르헨티나는 북한 인권과 핵무기 개발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평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15년 자국 인구의 약 10배인 4억명을 먹일 수 있는 1억2,500만톤의 곡물을 생산했고 오는 2020년까지 6억명에게 공급 가능한 식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50% 정도로 연간 생산량만으로는 우리 국민들의 6개월 먹거리밖에 안 된다. 곡물자급률도 24% 정도인 우리나라는 매년 1,500만톤가량의 곡물을 수입한다. 수입곡물의 60%는 곡물메이저라는 남의 손을 거친다.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 위협에 직면해 있다. 아르헨티나는 우리에게 중요한 식량 안보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3위 셰일가스 및 세계 4위 셰일오일 매장국가다. 남미 리튬 트라이앵글 국가이기도 하다. 석유와 천연가스·동·아연·금·은·철 등도 생산한다. 그러나 국토의 70%가 탐사조차 안 된 상태다. 안데스산맥 서편에 위치한 칠레는 세계 최대의 구리 생산국이 된 반면, 지질구조가 동일한 안데스 동편의 아르헨티나는 1개의 광산에서만 동광을 생산한다. 아르헨티나는 광물자원의 보고(寶庫)임에는 틀림없지만 개발 면에서는 미개척지에 가깝다.
노벨상수상자가 5명이나 나왔듯이 아르헨티나에는 지식인들도 많고 국민들의 교육수준도 높다. 자타가 공인하는 역내 문화·예술·디자인·건축·언론, 학술 및 교육의 중심지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중남미의 파리’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중남미에서는 처음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한국문화원을 설립했다. 아르헨티나는 6억 중남미시장의 관문이며 어떤 상품이든 아르헨티나에서 통하면 중남미에서 통한다.
아르헨티나에는 우리 동포들이 3만명 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의류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세계 3대 한인 의류시장이 된 아베야네다 상가를 장악하고 있다. 이는 부지런하고 생존력이 강한 우리 국민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르헨티나 정부의 열린 이민정책 덕분이기도 하다. 이민자들로 만들어진 아르헨티나는 이민자들에게 관대하다. 인구밀도가 1㎢당 14명이니 땅도 넉넉하다. 아르헨티나는 우리에게 이민의 적지(適地)다.
2015년 12월 아르헨티나에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 신정부가 출범한 후 한국과 아르헨티나 간에는 전자정부·보건·과학기술·교육·문화·치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10개의 기관 간 협정 또는 양해각서가 체결되는 등 양국협력이 제도화되고 있다. 조만간 체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워킹홀리데이 협정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도전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사회보장협정은 우리 기업인들에게 편의와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추종연 주아르헨티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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