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 외환위기 극복을 주도했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췌장암으로 지난달 31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74세.
그는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출발한 정통 경제관료로 박정희 정부 시절부터 김대중 정부까지 노동부와 경제기획원차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 정보통신부 장관 등 행정부 각 분야를 두루 거쳤다.
경제기획원 시절 경제개발 5개년계획 수립에 참여하며 잔뼈가 굵었다. 부처간 조정능력과 기획력이 탁월하며 조직 장악력이 우수했다는 평을 받았다. 정책 아이디어가 많아 ‘족집게’ 혹은 ‘꾀주머니’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김영삼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내다 김대중 정부 때 차관급인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격을 낮춰 임용됐다. 당시 강 수석은 “장관급이면 어떻고 차관급이면 어떤가, 일이 중요하지”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1999년 김대중 정부 새 경제 사령탑에 오른 그는 경제위기 타격으로 인한 150만 명이 넘는 실업자와 위축된 중산층에 활력을 되찾아주는 데 주력했다. 당시에도 ‘재벌개혁’이 화두였는데 그는 “개혁에 저항하는 재벌은 법대로 엄정히 집행할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2002년 국회의원으로 변신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후보의 경제 분야 공약을 주도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경제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당시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신파였다.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중산층 지지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금강산 관광 금지를 주장하는 등 김대중 정부 대북정책 기조였던 포용정책을 좌파라 몰아붙인다거나 김근태 당 의장을 두고 “당내 친북좌파 때문에 당 지지율이 떨어졌다”며 사퇴를 요구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4.13 총선에선 ‘신념’을 강조하며 새누리당에 전격 입당해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경제 원로로서 언론 등을 통해 내수·수출 동반 둔화, 저성장 고착화 등 경기 난국을 헤쳐나갈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9월에는 2년 임기의 대한석유협회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췌장암으로 건강 상태가 급속히 악화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서혜원(71) 씨와 아들 문선(43)씨, 딸 보영(42)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발인은 3일 오전 7시, 장지는 전북 군산 옥구읍 가족묘다.
/강신우PD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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