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여권의 가장 유력한 잠룡이었던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벚꽃대선’이 예상되는 상황 속에 대선 구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4·5면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3시3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입국한 뒤 전국을 돌아다니는 광폭 행보를 보인 지 20일 만이다. 이날도 오전부터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정의당을 연이어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직후여서 정치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선언이었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정치권의 태도 등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반 전 총장은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 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되고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 국민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며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우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유아독존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10년에 걸친 사무총장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방법이든지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은 전날까지도 확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불출마를 언제 결정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오전에”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진 질문에는 “다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한 뒤 자리를 떴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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