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이민 행정명령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마이웨이 행보에 대한 미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인준투표를 거부하는 등 의회를 중심으로 백악관에 맞서는 전면전에 나섰다. 민주당의 인준지연 작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연방대법관을 임명하는 등 일방통행을 고집해 미 정치권의 갈등 양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월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의회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지명자와 톰 프라이스 보건장관 지명자의 인준 청문회에 전원 불참했다.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두 지명자가 해당 상임위에 제대로 된 청문회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인준투표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NYT는 민주당이 골드만삭스 출신인 므누신 지명자의 경우 공직자로 일하기에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고 프라이스 지명자는 오바마케어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이유로 낙마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문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와의 협의 없이 반이민 행정명령을 강행하자 민주당이 인준거부로 맞불을 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과 직결된 부처인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제프 세션스 지명자의 인준표결도 연기했다. NYT와 인터뷰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불법적 명령을 내릴 때 법무장관은 이에 맞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며 “세션스 지명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미 의회전문 매체 더힐은 “세션스의 경우 과거 인종차별 이력 때문에 안 그래도 청문회가 험난했는데 이번 행정명령으로 인준이 더 어려워졌다”며 “민주당이 그의 인준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내각 지명자 인준거부 작전에 백악관과 공화당은 새 행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임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날 오린 해치 공화당 의원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의회가 내각 후보자들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을 미국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며 “민주당은 단지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 인준 거부를 고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성명에서 “민주당의 인준 보이콧은 충격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활동을 멈추려는 것이 그들의 목표”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대립각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연방대법관을 임명하는 등 일방통행을 이어갔다. NYT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닐 고서치 콜로라도주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로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서치 판사는 뛰어난 법적 능력으로 초당적 지지를 얻을 것”이라며 “상원이 그를 인준하자마자 훌륭한 대법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NYT는 고서치 판사가 과거 오바마케어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 중단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리는 등 보수적 색채를 보이는 인물이라며 그가 상원에서 인준되면 현재 4대4로 양분된 연방대법원의 보수와 진보 구도가 보수로 기울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로 고서치 판사의 대법관 인준 표결을 저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의회에서 정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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