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작 발언은 중국과 일본에 그치지 않았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공격을 맡았다. 나바로 위원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선인 시절 “달러강세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강조하며 환율전쟁을 예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주요 경제대국을 상대로 한꺼번에 가시화하는 형국이다.
미국의 강도 높은 환율 발언이 즉각 외환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유로화 대비 달러가치는 1일 약 두 달 만에 최저로 떨어진 반면 엔화가치는 달러당 112엔대 초반까지 상승하고 원화가치도 장중 12원이나 오르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식의 압박이 지속될 경우 외환시장 불안과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국과 일본·독일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맞서 무역보복에 나서면 혼란이 가중될 소지도 크다.
어렵사리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우리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1월 수출은 전년동월보다 11.2% 늘어나며 4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증가폭을 기록했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트럼프발(發) 환율전쟁으로 모처럼 찾아온 수출 증가세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이를 피할 수 있도록 우선 대미 환율 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근본 대책은 강력한 품질 경쟁력을 갖추면서 수출국가를 다변화하는 길이다. 간신히 살아난 수출이 다시 꺾인다면 경제회복은 그만큼 요원할 수밖에 없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