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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4.0시대-독일] 베셀 훔볼트대 교수 "한국도 리더 의존 줄여야"

"독일, 민주적 합의 통해 안정된 국정운영

韓도 정당에 권한 나눠 리더 의존 줄여야"

베른하르트 베셀 훔볼트대 교수 /사진제공=WZB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면 혼합 시스템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국민들은 계속 사람에게 투표하되 제도적으로 정당 등 기관에 더 많은 권한을 줘 한 사람의 힘에 국가가 휘둘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독일 베를린사회과학센터(WZB)에서 만난 베른하르트 베셀 훔볼트대 교수가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 남긴 조언이다.

독일 국민들은 지도자가 아닌 정당에 투표한다. 독일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여러 정당이 연정을 통해 정부를 구성하고 총리를 뽑는 의원내각제를 택한 국가다. 이 때문에 총리 한 사람의 리더십보다는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들이 합의를 통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집단적 리더십이 나라를 이끈다.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근절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한 한국에서도 독일의 모델은 하나의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베셀 교수는 독일식 정치제도를 한국에 곧바로 이식했을 때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과 문화가 다르며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옆 나라 프랑스에는 절대로 독일식 정치제도를 권하지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집단대표제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한국에 이를 추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베셀 교수는 한국이 당장 대통령제를 폐지하기보다는 현 제도 아래 한 사람의 리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조정이 적합한 개혁 방식이라고 봤다. 그는 “아시아 사회에서는 사람의 권위가 기관을 앞서는 경향이 있다”며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힘이 몰리는 제도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독일 베를린 미테지구에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사저. 공식 거처인 총리공관이 따로 있지만 그는 지금도 총리가 되기 전부터 거주한 구시가지의 아담한 아파트에 머무르는 편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집 앞에 있는 경찰 2명과 경찰차 1대 만이 ‘이 집에 무언가 특별한 게 있구나’라는 사실을 짐작케 할 뿐 외관은 무척 평범한 모습이었다. /사진=연유진기자


오는 9월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독일 역대 최장수 총리 자리를 예약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베셀 교수는 메르켈 총리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비결이 “당이 자신의 뒤에서 지지를 보내도록 조정하는 탁월한 능력”이라며 “지금까지 그런 능력을 가진 총리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대중을 대하거나 외교관계에서 신뢰를 중시하는 태도와 분열을 조장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그가 10년 넘게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로 꼽았다.

그는 “독일에도 ‘총통’ 스타일의 강한 리더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10~20%로 소수”라며 “국민 대다수는 민주적인 리더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베를린=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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