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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껍데기만 남은 노동개혁법안마저 무덤으로 보내나

노동개혁 법안이 발의된 지 3년7개월 만에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월 임시국회에서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 등 노동개혁3법에 대한 법안심사를 하지 않기로 2일 합의했다. 당초 이들 법안을 처리하자는 여야 합의가 있었지만 바른정당이 “노동개혁 법안 가운데 일자리 창출에 가장 도움이 되는 법안이 파견법”이라며 노동3법만의 처리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노동3법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로 이번 정권을 넘길 공산이 크다.

노동3법이 근로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법안이라면 부담을 지게 될 기업의 숨통을 틔우는 파견법도 함께 통과시켜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바른정당의 지적은 타당하다. 사실 노동개혁 법안은 ‘개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뒤틀리고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 현 정부가 집권 첫해부터 국정 최우선과제로 파견제와 기간제법을 포함한 노동5법안 처리를 추진해왔으나 번번이 야권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급기야 새누리당은 지난해 기간제법을 우선 제외했으며 올해는 파견법마저 빼고 ‘3법 처리’로 물러섰다.

애초 이 법안은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 부담 증가를 줄여주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만족할 만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퇴장 국면을 맞고 말았다. 고용 유연성의 핵심인 파견제와 기간제법이 ‘비정규직 양산 법안’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밀려 빠지면서 형해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같은 뿌리인 바른정당이 노동3법만의 처리를 주장한 새누리당을 향해 ‘반(反) 노동개혁 정당’이라고까지 비판했겠나.



노동개혁 법안의 좌초를 목격하는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법안이 발의될 당시보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더욱 악화하고 있으며 제조업 경쟁력은 해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매번 주장해왔듯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문제가 노동개혁이라는 데는 폭넓은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독일이나 일본도 보란 듯이 노동시장 개혁으로 탄탄한 경제체질을 갖춰나가고 있지 않은가. 당장 눈앞의 불이익만을 걱정해 노동개혁 법안에 반대하거나 야권의 반대에 동조한 한국 사회가 그만한 대가를 치를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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