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역사상 고조선에 이어 두 번째로 국가 체제를 마련한 부여는 우리나라 고대국가 발전의 중요한 연원이자 한민족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한국사기’의 다섯 번째 이야기 ‘민족의 여명, 부여로부터’의 관전 포인트 세가지를 짚어봤다.
# 현대의 우리와 꼭 닮은 부여인의 삶과 문화
앞서 고조선 인물상에서 나타난 북상투와 광대뼈 등 한국인의 특징적인 외형은 부여의 금동가면에서도 똑같이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인의 원형이 고조선에서 부여를 거쳐 계승됐던 것.
비단 생김새뿐만 아니라 역사 기록 속의 부여에 대한 묘사는 부여가 한민족의 문화적 뿌리임을 알게 해준다. 중국의 역사서인 ‘후한서’와 ‘삼국지’는 부여인들이 “흰 옷을 즐겨 입고”, “밤낮 없이 늙은이건 어린아이건 모두 노래를 불렀고, 하루 종일 노래가 끊이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다.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는 전통적 이미지와 국가적 행사가 있을 때면 함께 모여 노래하고 춤을 추었던 흥이 많은 민족성 그리고 술잔을 공손히 주고 받고, 잔을 닦아 돌려주는 독특한 술자리 예법 등은 모두 2천 2백여년 전 부여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이었다.
# 동북지방의 역사를 주도했던 군사강국 부여의 재조명
기원전 2세기에 이르러 사방 2천리에 이르는 광활한 만주 대평원을 무대로 위용을 떨쳤던 부여는 강한 군사력과 실리적인 외교술을 바탕으로 중국의 한나라와 밀접하게 교류하고 주변 유목 국가와도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동북 지방의 역사를 주도해 나갔다.
지금도 당시 부여가 발원한 중국 길림성 송화강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부여’라는 이름을 만날 수 있다. ‘푸위(부여)’현의 관문인 톨 게이트 입구에는 거대한 위용을 뽐내는 동명왕상이 서있고 시내 곳곳에서는 부여라는 글씨를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의 건국신화에 숨겨진 역사적 진실
고대 이래로 우리 민족에게는 동명왕의 후예라는 인식이 이어져왔다. 부여족 계통의 여러 집단은 동명설화를 공유했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은 부여의 동명왕 신화를 차용해 동명에 필적하는 영웅으로서 신격화됐고 백제는 건국 원년, 동명왕 사당을 세울 정도로 스스로를 부여의 계승자로 자랑스럽게 여겼다.
부여에서 태어난 주몽이 세운 고구려와 주몽의 적장자인 유리왕의 등장으로 남하한 소서노와 그의 아들 온조가 세운 백제 그리고 고조선 유민들이 토착세력과 연합해 세운 신라까지 한반도의 가장 치열했던 경쟁을 펼친 삼국의 태동 과정 곳곳에서는 부여의 동명왕 설화와 유사한 점이 발견되며 당시 끊임없이 이어져내려 온 부여의 영향력을 짐작케 하고 있다.
신화의 무대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 ‘한국사기’ 제작진은 초기 부여의 성으로 추정되는 용담산성과 고구려 최초의 도읍인 중국 요녕성 환인현의 오녀산성,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태어났다는 경주의 나정 우물 등 건국 설화에 기록된 실제 장소들을 찾아가보며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역사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건국신화에 숨겨진 비밀을 하나씩 풀어나갈 예정이다.
‘한국사기’의 제작을 지휘하는 김종석 책임프로듀서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인 시조는 단군 설화 속에 존재하지만, 기록에 등장하는 실제 역사 시조로는 ‘동명왕’이 그 중심에 있다”며 “구전과 기록 속의 신화적인 표현들을 역사적인 팩트로 정제하고 재해석해내는 과정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온 한민족의 정체성과 원형을 밝혀내는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사기’(기획 김종석, 연출 맹남주 이지희 박상욱 김진혁 배민수)는 다큐의 명가 KBS 1TV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팩추얼 다큐드라마로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를 쉽고 재밌는 영상으로 엮어내며 ‘외우지 않아도 되는 역사교과서’로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우리 민족의 역사적인 시조인 부여의 동명왕을 만나볼 수 있는 팩추얼 다큐드라마 ‘한국사기’ 다섯 번째 이야기 ‘민족의 여명, 부여로부터’편은 오늘(5일) 저녁 9시 40분 KBS 1TV를 통해 방영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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