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본격적인 유세전에 돌입했다.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Frexit)’ 국민투표 시행과 반(反)이민 등 극우주의 공약들을 내건 그가 유럽 우경화에 불을 붙일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현지 방송인 프랑스24는 르펜 대표가 4일(현지시간) 공약 발표회를 열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144개 항목으로 구성된 공약집에 대해 “목표는 프랑스의 자유를 되찾고 국민에게 말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모든 경쟁자는 세계화를 내걸고 있지만 내 상징은 ‘애국’”이라고 강조하며 세계화의 물결에서 프랑스인들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르펜 대표는 우선 당선 후 6개월간 유럽연합(EU) 지도부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EU법 우위 원칙 등 프랑스의 EU 내 지위를 재조정하는 협상을 벌인 후 프렉시트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입물품에 3%의 관세를 추가로 물리고 유통업체에 프랑스산 물품을 특정 비율만큼 반드시 비치하도록 강제하는 보호무역 정책과 급진적 이슬람단체와의 접촉이 의심되는 외국인을 강제 추방하는 등의 안보·반이민정책도 눈에 띈다.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세계적인 포퓰리즘 득세와 우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프랑스 내 극우정서를 대변하는 르펜 대표의 당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 내 경제규모 2위인 프랑스에서 EU 탈퇴 여론이 힘을 얻을 경우 유럽 내 경제질서도 불안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장린 라카펠 FN 부대표는 “많은 사람이 트럼프가 언론·기득권층과 맞서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들 했지만 결국 그는 승리했다”며 “르펜 역시 비슷한 얘기를 들었지만 결국 결선에서도 이기고 말 것”이라고 장담했다.
실제 프랑스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르펜 대표는 오는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2위 안에 안착하며 결선투표에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결선투표에서는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나 에마뉘엘 마크롱 무소속 후보에게 각각 20~30%포인트 격차로 밀릴 것으로 예상돼 최종 당선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프랑스는 4월23일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는 후보가 없을 경우 5월7일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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