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 주식시장 약세에 증시 부양을 위해 대주(貸株)제도가 폐지됐다. 시장이 안 좋은데 주식을 빌려서 내다 파니 시장이 더욱 힘을 못 쓴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듬해 대주제도는 정반대의 이유로 부활했다. 주식을 빌려 팔고 다시 사는 과정에서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매도 논란을 놓고 말이 많다. 불을 붙인 것은 한미약품이었다. 수출계약 변경 공시로 주가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공매도가 가세해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졌다는 것이다. 공매도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제도의 성격상 공매도의 혜택은 외국인과 기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매도할 때 주가 변동성이 커진다. 반면 피해는 정보에 취약한 일반 투자자들이 본다는 것이다. 물론 공매도 혜택은 일반 투자자에게 적다. 주식을 빌려줄 기관이 없고 거래의 안전성을 인정받을 만큼 많은 자산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공매도를 일반투자자가 참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정을 엄격하게 한 데는 이유가 있다. 매도는 매수와 달리 손해액이 정해지지 않는다. 삼성전자를 현금으로 매수한 투자자의 최대 손실은 투자 원금이 전부다. 반면 삼성전자를 빌려 공매도한 투자자는 주가 상승시 무한대의 손실을 볼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매매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공매도가 주가 변동성을 키운다고 한다. 하지만 공매도가 실제 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서는 연구된 것이 없다. 한미약품도 공시 당일 주가가 급락했지만 모두 공매도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재료의 성격상 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공매도가 하락 속도를 약간 빠르게 했을 뿐이다. 만약 공매도라는 수급 요인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면 그 부분은 빠르게 회복됐을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공시제도 강화나 기업분석 자료의 공정성을 개선하면 된다. 거래제도는 다양할수록 좋다. 가끔 발생하는 문제 때문에 제도 전체를 막아버릴 일이 아니다. 그러면 과거의 대주처럼 제도가 시장의 요구에 따라 춤출 수 있다. 문제가 있으면 고치면 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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