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붉은색으로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화가 장욱진(1917~1990년)은 푸른색으로 그렸다. 싱그럽고 참신한 푸른빛이 붉은색 못지않은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는다. 하드보드지에 단순한 형태와 서너 가지의 색으로 그린 그림이지만 웅비하는 기상이 느껴진다. 평소 “나는 심플하다”라는 말을 자주 했던 그는 체면과 권위에서 벗어나 아이 같은 마음으로 작업했고 그 순수한 상상력으로 역발상적인 푸른 닭을 그렸다. 김환기·박수근·이중섭·유영국 등과 함께 2세대 서양화가에 속하는 장욱진은 한국전쟁 이후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로 일했지만 6년 만에 창작을 위해 스스로 학교를 그만뒀다. 그림도 대형 작품보다는 소품을 즐겼고 이처럼 손에 잡히는 종이에 매직마커로 쓱쓱 빠르게 그린 드로잉을 많이 남겼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동화적 삶을 택한 작가를 기리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 닭·사람·집 세 가지 주제로 그린 드로잉 소장품전이 오는 26일까지 열린다. 작가의 후반기인 1970~1990년대 작품 25점을 선보인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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