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환율 조작 주장을 정면 비판했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의회에 출석해 “우리는 환율조작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통화 정책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미국의 경기변동을 두고 다양한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의 이번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유로화 가치 조작 혐의를 지적한 데 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지난 1일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난 5일에는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이 같은 통화정책을 시행했을 때 독일 수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올 것이라고 이미 말했다”며 독일은 유로화 가치가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드라기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금융규제 완화와 보호주의 무역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상황을 반복하겠다는 생각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규제가 금융위기 전보다 건전한 은행과 금융 서비스 산업을 만든 상황에서 이를 완화해야 할 어떤 이유도 못 찾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2008년 금융위기 후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 등을 요구한 법안인 ‘도드프랭크법’ 수정 절차에 나섰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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