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드라기 총재가 6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 출석해 “우리는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그는 “ECB 통화정책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미국의 경제상황을 반영한다”며 “ECB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일본의 환율개입을 용인했던) 지난 2011년 이후 외환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가 ECB의 환율정책을 방어하고 나선 것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유로화 가치 조작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다. 지난달 31일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며 사실상 유럽의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ECB를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 정부가 유로화 가치를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유로화 저평가의 책임이 ECB에 있다고 반박했다.
드라기 총재는 또 ‘도드프랭크법’ 폐지를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규제 철폐 행보와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상황을 반복하겠다는 생각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규제 완화는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어 “규제가 금융위기 전보다 건전한 금융산업을 만든 상황에서 이를 풀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보호무역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등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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