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전문가들은 재벌의 부당이득·범죄수익 환수를 핵심으로 하는 ‘한국판 리코법’의 경우 기업을 범죄집단으로 취급하는 악법이자 사법체계의 범위를 뛰어넘는 이중처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삼성이 최순실 일가에 대한 대가성 자금 지원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 법안의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편법과 탈법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면 사법절차를 통해 처벌하면 된다”며 “이와 같은 입법의 저변에 깔린 인식은 기업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이 아니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는 측면에서 여론몰이의 성격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남 교수는 “도입 가능성과 현실성이 전혀 없는 법”이라며 “만에 하나 이 법이 도입된다면 한국 기업들이 단기간에 글로벌 회사로 성장한 요인인 과감한 의사결정과 빠른 적응력은 빛을 잃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가 기업의 이사회에 참석해 최고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동추천이사제도 논란이 예상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바람직한 노사관계와 기업의 경영주체를 두껍게 만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는 좋은 아이디어”라면서도 “지금 당장 한국의 노사관계가 과연 노조의 그런 권한까지 감당할 정도로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기업은 노조가 아닌 고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이사는 노조를 위해 활동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특히나 노사관계가 불안한 국내 산업계에 도입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도 “주식회사의 가장 중요한 존재 목적은 주주들의 이해 증진”이라며 “전체 기업 가운데 주식회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99% 정도인 한국과 5%밖에 안 되는 독일을 비교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재계에서는 대기업집단의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해서도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 경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이미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2014년부터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되면서 대다수 대기업은 기존 순환출자 고리도 해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추가적인 법적 장치를 강제하면 실익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막대한 비용 투입으로 인한 기업들의 경영 위축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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