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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00조 국민연금 운용역 이탈 이대로 방치할 건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소속 운용역의 이직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전주 이전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운용 전문가의 이탈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2015년 10명에 불과하던 이직이 지난해는 30명으로 늘어나더니 올 들어서만도 10여명이 짐을 싸고 떠났다는 소식이다. 이탈 상황은 삼성 합병 찬성 문제로 특검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더 악화했다.

우려되는 것은 엑소더스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앞으로 6개월 이내에 계약 만료되는 운용역 수만도 50여명에 이른다. 또 누가 사직할지 쉬쉬하지만 내부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최대 100명 이직설까지 심심찮게 나돈다고 한다. 민간 금융사로 옮겼거나 떠날 예정인 운용역 상당수가 해외 및 대체 투자 전문가라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 분야는 지금 같은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업무 영역으로 고도의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이 요구된다. 주식·채권 같은 전통적 투자 분야와 달리 민간에서 대체인력을 확보하기도 여의치 않다.

60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자금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의 이탈과 이로 인한 위기는 국민의 노후 위기로 직결된다. 국민연금이 ‘용돈 연금’으로 전락해 성에 차지는 않는다지만 그래도 운용역의 손끝에 2,100만명에 이르는 연금 가입자의 노후 생계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잖아도 국민연금은 2044년부터 지출이 더 많아지고 2060년에는 기금이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추정되는 마당이다.



뒤늦게나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는 하나 역부족인 모양새다. 지난달 25일 관련 회의를 열었지만 탄핵정국의 혼란 속에 변죽만 울리고 말았다. 기금운용 전문가의 대량 이직을 지방 이전과 낮은 처우에 불만을 품은 이기주의라고 치부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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