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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여론조사 무용론





“데이터는 죽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와 미국 대통령선거 등에 관한 지난해의 주요 선거결과가 예측을 번번이 빗나간 후 나온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탄식이다. 예측도 예측이지만 투표결과에 대한 어떤 설명도 내놓지 못한 데 대해 여론조사를 업(業)으로 하는 전문가들이 현행 방식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내놓은 표현이다. 그래서 프랑스 최대 일간지 ‘르파리지앵’은 최근 격론 끝에 올 4월 치러지는 대선 여론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당선 전망은 대선 당일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했다. 오후4시께 가집계된 방송사의 여론조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처음에는 문 후보의 당선이 유력했다. 투표 마감 후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다시 박 후보 유력으로 바뀐다. 초반 개표에서는 문 후보가 다시 앞서 나가면서 막판까지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지난해 4·13총선 직전 여론조사 대부분은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총선 3일 전 한 언론사가 4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한 조사결과는 새누리 157∼175석, 더불어민주당 83∼100석, 국민의당 28∼32석이었다. 심지어 투표 마감 직후 지상파 방송 3사의 공동 출구조사도 새누리와 민주당이 접전 중인 가운데 새누리가 근소하게 우세하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이들의 예측과 정반대였다.

여론조사 기관들이 앞다퉈 올해 대선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7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유무선 전화의 평균 응답률은 15.3%에 불과했다. 이런 응답자 중에서도 4분의1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았고 보수 성향 투표자의 경우에는 55%가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른 조사의 응답률이 5%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높은 수준이나 최근 선거결과로 볼 때 크게 의미를 두기 힘들다. 새로운 리더를 뽑는 대통령 선거에서 ‘무용론’이 나오는 여론조사를 고집하는 것 또한 ‘낡은 정치’가 아닐까 싶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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