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의 을들의 갑에 대한 통쾌한 한방이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방송 전까지만 해도 대작들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MBC)’과 ‘김 과장(KBS)’ 얘기다. 조선시대와 2017년 대한민국이라는 각각 다른 시대를 다룬 두 작품은 방송 둘째 주부터 10%를 넘기는 등 시청률이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헬조선’ 계급 타파 그려내= 두 작품의 바탕은 계급 문제로 주인공들이 지긋지긋한 ‘헬조선’의 계급을 벗어나는 과정은 처절하면서도 드라마틱하다. ‘역적’은 반상의 구분이 뚜렷하던 조선 연산군 시대가 배경으로, 씨종 아모개(김상중)와 그의 아들 홍길동(아역 이로운·성인역 윤균상) 등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수완 좋은 아모개는 40년 이상 상전 조 참봉을 모시며 주인의 재산을 증식하는 데 1등 공신이다. 충실한 노비로 보이지만 면천이라는 ‘탈계급’을 꿈꾸는 인물로 후에 잠무계(밀무역)의 큰손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그의 아들 홍길동은 어렸을 때부터 힘이 장사지만 천한 신분이 그런 힘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힘을 숨기며 후에는 조선 최초의 혁명가이자 반체제 운동가가 된다. ‘김 과장’은 2017년 대한민국이라는 ‘헬조선’에서 탈출해 복지국가 덴마크로 이민을 가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김성룡 과장(남궁민)의 분투를 그렸다. 고향 군산의 ‘지잡대’를 나온 김 과장이지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숫자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천재였다. 그러나 평생 정직하게 살던 아버지가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것을 보고 ‘정직하지 않게 살기
’를 다짐하며, 뛰어난 머리로 직장에서 ‘삥땅’을 쳐서 덴마크로 뜰 생각만 한다. 그러던 중 운 좋게 대기업에 입사하게 된 그는 크게 한방 해먹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지만 각종 부조리와 부패로 얼룩진 회사를 보고 참지 못한다.
◇성공비결은 갑을갈등과 입체적 캐릭터=두 작품의 인기 비결은 갑과 을 사이의 팽팽한 긴장관계에 있다는 평가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학교 국문과 교수는 “‘역적’은 조선시대 봉건제도, ‘김 과장’에서는 자본주의라는 폐해가 만들어낸 갑을 관계가 현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며 “벗어나고 싶은 계급에서 생존 본능을 발휘하는 을들의 치열한 삶과 정당하고 통쾌한 복수가 감동을 전한다”고 분석했다.
개연성 있고 입체적인 캐릭터들도 또 다른 인기 비결이다. ‘역적’에서 아모개의 뛰어난 처세능력은 숨막히는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비법이자 세상에 대한 욕망을 실현하는 뛰어난 도구다. 또 아모개의 적대적 인물인 조 참봉, 참봉 부인 박씨(서이숙), 우호적인 인물 소부리(박준규), 엄자치(김병옥) 등 다양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갈등 구조는 인간관계의 축소판으로 재미를 더한다. ‘김 과장’에서는 갑질과 부정부패를 일삼는 회장 아들, 정의로운 사원(남상미), 젖은 낙엽처럼 회사에 붙어있기만을 바라는 부장(김원해) 등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을들이 꿈틀대면서 숨겨둔 윤리와 도덕을 그들만의 사소한 방식으로 실현하며 소소한 복수를 한다. 윤 교수는 “갑과 을의 관계를 다루는 자주 범하는 실수인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는 인물이 그려지는 것이 아닌 갑과 을이 팽팽하게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주인공 혹은 주요 인물 홀로 동떨어져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들이 조화롭게 맞물린 연출력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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