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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래, 가족’ 아무리 미워도 결국 기댈 곳은 가족 뿐…그렇게 가족이 된다

이런저런 갈등으로 서로 집도 연락처도 모른 채 떨어져 살던 삼남매 성호(정만식 분), 수경(이요원 분), 주미(이솜 분)는 어느 날 고향에 계신 아버지(이도경 분)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는다. 하지만 고향에는 정체도 알 수 없는 11살 꼬마 오낙(정준원 분)이 막내동생이라며 이들 삼남매의 앞에 나타나게 된다.

영화 ‘그래, 가족’ / 사진제공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월트디즈니가 첫 배급한 한국영화 ‘그래,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두 편을 합쳐놓은 것 같은 이야기를 선보인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정체조차 모르던 막내가 나타난다는 이야기는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비슷하고, 서로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진짜 아버지의 핏줄인지 아닌지도 의심이 가는 막내를 품어내며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도 통하는 지점이 있다.

그러나 ‘가족애’를 이야기하는 방식에서 ‘그래,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과는 상당히 다른 방식을 취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진짜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산부인과에서 뒤바뀐 사실을 알고 고민하다가 결국 ‘낳은 정’이 아닌 ‘키운 정’을 선택하고,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는 자매들의 끈끈한 정으로 느닷없이 나타난 막내 여동생을 품어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는 이런 따스함의 정서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하지만 ‘그래, 가족’의 초반부에서는 이런 따스한 시선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삼남매가 같은 공간을 스쳐가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오프닝이 보여주듯, 아버지의 빚과 장남 성호의 합의금으로부터 시작된 이들 삼남매의 갈등은 서로 연락조차 하지 않고 살 정도로 뿌리 깊은 앙금을 보여준다.

영화 ‘그래, 가족’ / 사진제공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40대의 무능력한 가장인 장남, 출세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금수저 후배에게 밀려난 30대 이혼녀인 장녀, 그리고 알바를 하며 근근히 먹고 사는 셋째 등 서로 접점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이들 삼남매에게 화해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도 결국은 느닷없이 나타난 막내의 등장이었다.

처음에는 다들 서로 막내 정준원을 맡지 않으려고 으르렁대지만, 시골소년 특유의 친화력과 넉살로 다가서는 정준원의 모습에 서로 연락조차 하지 않던 삼남매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그리고 이는 금수저 후배에게 뉴욕 특파원 경쟁에서 밀리게 된 이요원이 퇴진요구를 받고 있는 방송사 사장의 뒷조사를 하는 대목에서 서로 힘을 합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래, 가족’의 이야기는 그렇게 독특하고 유별나지도 않고, 유사한 이야기를 그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처럼 진한 감동을 뽑아내지도 않으며 완성도가 탁월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래, 가족’에는 돈문제 등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서로 등을 돌리고 남보다 못한 관계로 살아가는 ‘헬조선’의 서글픈 가족상을 그려내면서,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가장 힘든 순간 기댈 곳은 가족 밖에 없다는 뭉클한 메시지를 전한다. 2월 15일 개봉.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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