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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4.0시대] 코로토프 교수 "리더는 변화에 대한 공포 이해하고 직원들에 준비할 기회 줘야"

<10·끝> 특별인터뷰 - 콘스탄틴 코로토프 ESMT베를린대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 맞아

그동안 배운 지식·기술을

고의로 잊고 다시 배우는

'언런·리런'은 엄청난 도전

리더의 솔직·유연함 필요

변화에 더 취약한 대기업

중간관리자들 관리 필수

한국기업 실험조직 만들되

리더가 실수 보호해줘야





“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 4.0)이 가져올 변화는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늘 변화를 두려워하기 마련이지요. 리더는 그 공포를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낯선 환경 속에서 경영자와 직원들은 모두 생존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경영자에게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직원들을 독려하며 기업을 완전히 변신시켜야 하는 과제가, 직원들에게는 자신들의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과제가 각각 주어졌다.

콘스탄틴 코로토프(사진) ESMT베를린대 교수는 지난달 서울경제신문을 만나 “다른 변화의 시기와 특별히 다른 게 없다”며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3차 산업혁명 시대(인더스트리 3.0)나 그 이전에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18세기 말부터 영국을 중심으로 번졌던 러다이트 운동(기계파괴 운동)처럼 늘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두려움을 느끼고 변화에 저항하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라는 의미다.

코로토프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제주체들이 맞이할 핵심 도전으로 그동안 배운 지식과 기술을 고의로 잊어버려야 하는 ‘언런(unlearn)’과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다시 익히는 ‘리런(relearn)’을 꼽았다. 이 과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두려움을 안겨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예를 들어 독일처럼 오랜 숙련 기간을 거쳐야만 장인(마이스터)이 되는 사회에서 일은 개인의 사회적인 정체성이자 자존심”이라며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동안 익혀왔던 일이 쓸모 없다고 한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조직을 이끄는 경영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져야 할 덕목으로 이해심·솔직함·유연함 등 3가지를 꼽았다. 코로토프 교수는 “경험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일을 배운다는 것은 언제든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리더는 직원의 실수와 실패에 대한 이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런과 리런, 일자리 재배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스스로 책임지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솔직히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금연을 권유할 때 담배를 계속 피웠을 경우 생길 수 있는 건강 문제를 소상히 알려주고 개인이 선택하도록 하듯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 때 벌어질 일들을 처음부터 경고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토프 교수는 “많은 리더들이 이를 말하기 힘들어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을 개혁하는 과정에서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코로토프 교수는 “이 회사가 왜 존재하고 어떻게 이익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핵심원칙은 머릿속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람과 기술 사이에서 최적의 연결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부러지지 않으면서도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은 언뜻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차지하면서 변화를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한 대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코로토프 교수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며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쉽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최고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에 거리가 먼 대기업들이 빠른 변화 속에서 도태되기 쉽다. 그는 “작은 기업은 경영자들이 직원들과 가까이 있으면서 상호작용을 할 수 있으며 사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상세히 안다”며 “하지만 직원들이 최고경영자(CEO)의 얼굴을 일 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큰 회사에서는 경영진의 메시지가 어떤 의미인지 전달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코로토프 교수는 이에 따라 대기업의 경영자가 4차 산업혁명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중간관리자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경영진의 의지가 중간관리자를 통해 조직의 끝까지 전달되기 때문에 책임회피나 메시지 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최고경영진이 ‘이 정도 비용 범위에서는 당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식으로 책임과 권위의 범위를 명확히 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토프 교수는 한국적 기업문화 속에서 경영자들이 4차 산업혁명에서 승자로 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오너 중심의 수직적 의사결정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기업 문화를 단숨에 바꿀 수 없는 만큼 리더의 강력한 의지 아래 사내에 실험조직을 만들어보라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코로토프 교수는 “당장 사내 실험조직을 만들고 새로운 방식의 생산 라인을 깔아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지켜보라”며 “중요한 점은 이 조직을 기존 조직에서 정신적으로 분리시켜 과거부터 이어진 회사 문화의 압박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험의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실수가 발생하는데 한국 사회는 실패를 용인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분위기”라며 “리더가 자신의 권위로 실수가 나오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고 보호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만약 실험조직이 성공을 거둔다면 회사 전체로 혁신을 확산시키면 된다. 그는 “사람들은 성공 스토리를 원한다”며 “실험조직의 존재가 직원들이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린=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콘스탄틴 코로토프 교수 약력

△1995년 뉴욕대 웨그너 공공사업대학원 석사 △1999년 언스트앤영(EY) 모스크바법인 책임컨설턴트 △2005년 인시아드(INSEAD) 경영학 석·박사 △2005년~현재 ESMT 베를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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