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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권했을 때 기업에 손 안 내밀 자신 있나”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9일 전국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연찬회에서 정치권을 겨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 회장은 최근의 대선정국과 관련해 “지금 기업을 비난하는 정치인들이 앞으로 집권했을 때 기업에 손 안 내밀고 정치와 경제를 꾸려갈 수 있을 것인가”라고 항변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걸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경제를 꾸려가려면 대기업 도움을 받지 않고 할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하려고 저런 이야기를 하나 했다”고 꼬집었다. 선거 때면 표심을 얻겠다며 재벌개혁을 부르짖다가 당선되면 안면을 싹 바꿔 기업의 협조를 요청하는 정치권력의 이중적 행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권력과 기업의 낡은 악습을 지적한 김 회장의 쓴소리를 접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심전심으로 느꼈을 얘기를 속 시원하게 터뜨린 이른바 ‘사이다 발언’인 셈이다. 그러잖아도 대기업들은 탄핵과 대선정국을 맞아 정치권의 동네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해마다 선거철이면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강도와 범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대선주자마다 앞다퉈 기업을 옥죄는 공약을 쏟아내고 대기업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오죽하면 무협 회장이 “자유주의 바탕 위에 시장경제를 만들어놓았는데 다시 사회주의 경제로 만들려고 논의하고 있다”고 한탄했겠는가.

김 회장은 “기업만이 국내 경제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주체”라며 ‘기업가형 국가’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기업이 성장과 고용 등 경제과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고 정부 정책과 제도가 생산적·창의적 기업활동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기업이 정치권력으로부터 해방돼 경제자유를 누려야 국부가 쌓이고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여러 선진국 사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이제는 우리도 정치권력과 기업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대선주자들부터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더 이상 권력으로 기업을 농단하지 않겠다고 과감히 선언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들도 마음 놓고 경영에 전념하고 국민이 갈망하는 소중한 일자리가 한 개라도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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