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셰어하우스 운영 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유명하지 않은 프로그램이라 설마 했는데 방송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 센스 빠른 직원이 관련 내용을 회사 블로그에 소개했고 방송이 나간 그날 늦은 저녁부터 셰어하우스 창업에 대한 문의가 갑자기 늘어났다.
밀려드는 요청에 휩쓸려 창업상담을 진행하면서 많은 분들이 셰어하우스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언론을 통해 혹은 자칭 전문가의 개인 매체를 통해 ‘높은 수익률’이 강조되다 보니 셰어하우스를 ‘순금 골드바’까지는 아니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 정도로 기대하는 듯했다.
그러나 실제 셰어하우스를 운영해보면 기대했던 두자릿수의 수익률은 좀처럼 쉽지 않다. 기본적인 가구·가전뿐 아니라 세세한 비품까지 제공해야 하고 하우스 인테리어 및 유지·보수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적·심리적 노동도 만만치 않다.
셰어하우스를 오픈하고 입주자 모집이 끝나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진정한 셰어하우스 운영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셰어하우스는 함께 살기 때문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 및 콘텐츠, 관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입주자들은 점점 하우스를 떠나가게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개인의 셰어하우스 창업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특정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주거공간을 제공한다. 성장 배경이 다른 입주자들 간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 및 경험도 공유할 수 있다. ‘집다운 집’에 살고 싶다는 청년들의 작은 바람에 플러스를 제공할 수 있는 훌륭한 방안이다.
다만 수익률 측면으로만 접근한 셰어하우스들이 우후죽순 늘어난다면 공간을 구매한 입주자들이 먼저 느끼고 이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셰어하우스 시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세계적인 트렌드로 다가온 공유경제, 그 안에서 모처럼 불기 시작한 셰어하우스 바람이 청년 주거문제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 도입 및 매뉴얼화가 요구된다. 셰어하우스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문매니저를 양성함으로써 한때의 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 가능한 모델로 발전 성장시켜야 할 것이다. 아직 미비한 법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늘어난다면 셰어하우스는 빠른 시일 내에 우리의 사회적 자산으로, 새로운 주거문화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황금이 욕심나서 성급하게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한 거위가 오랫동안 맛있는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좋을지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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