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금융권 감독을 갖는 대니얼 터룰로 이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장악이 속도를 내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와 미 공화당이 추진하는 금융규제 완화도 이를 계기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터룰로 이사가 오는 4월5일 전후로 연준 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직서에 구체적인 사유를 언급하지 않은 채 ‘(지난) 8년 동안 봉사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고만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터룰로 이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도드프랭크법으로 강화된 월가 대형 은행들에 대한 규제를 주도하며 ‘금융개혁의 영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해 이사회 멤버가 된 터룰로 이사의 임기는 2022년까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들은 터룰로 이사의 사임이 부의장을 새로 임명해 금융권 관리 및 규제를 지휘하도록 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했다.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 당시 만들어진 도드프랭크법 아래서 금융감독은 신설된 연준 부의장이 총괄하도록 돼 있었으나 부의장 자리가 계속 공석으로 남아 있어 터룰로 이사가 그 역할을 맡아왔다.
터룰로 이사의 사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7명의 연준 이사진 중 3명을 새로 임명할 수 있게 됐다. 연준 이사회는 터룰로 이사 자리 외에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한 이사 후보들이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의 연준을 받지 못해 두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연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장악력도 공석을 채우는 과정에서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금융감독을 총괄할 연준 부의장 후보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 에너지파이낸셜서비스의 데이비드 네이슨 최고경영자(CEO)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는 금융위기 발발 당시 헨리 폴슨 당시 재무장관 아래서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을 담당했다. 아울러 존 앨리슨 전 BB&T은행 CEO도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재닛 옐런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2018년까지는 연준의 1·2인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연준을 손아귀에 넣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셔 부의장은 11일 영국 코번트리 워릭대에서 한 연설에서 “도드프랭크법은 완전히 폐지되지 않고 일부 조정될 것”이라며 “은행 자기자본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시스템 안정성을 줄일 것”이라고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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