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요원의 성격은 15일 개봉하는 영화 ‘그래, 가족’에서 이요원이 연기한 캐릭터 ‘수경’과도 많이 닮아있는 부분이다. 가족도 직장동료도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출세와 성공만 위해 달리는 냉혹한 성격의 기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누구나처럼 가슴 속에 상처 하나 쯤은 품고 사는 따뜻한 성격이 숨어있다.
■ “저도 영화보면서 제가 이렇게까지 울 줄 몰랐어요”
영화 ‘그래, 가족’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이요원은 ‘그래, 가족’에 대해 아쉬움과 만족을 동시에 드러냈다.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나 이야기가 막내인 ‘낙’을 연기한 아역배우 장준원군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이요원이 직접 방송 리포트를 하는 장면이나 잠깐 등장하는 전 남편과의 관계 등 ‘수경’의 캐릭터를 설명해줄 수 있는 요소들이 빠진 점이다. 그럼 만족스러운 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것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며 세상 서러움을 다 가진듯이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저도 영화보면서 제가 이렇게까지 울 줄 몰랐어요. 시나리오도 봤고 연기도 해서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니 눈물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냥 눈물이 나도 찔끔 나고 말겠지 싶었죠. 그런데 영화를 보니 준원이가 너무나 연기를 잘 하는거에요. 준원이가 엉엉 우는데 저도 모르게 막 따라 울고 있더라고요. VIP 시사회 때는 언론시사회에서 그만큼 울었으니 안 울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또 울음이 났어요.”
영화 ‘그래, 가족’의 장점은 누구나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가족 드라마라는 것이고, 단점은 그렇기에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기 힘들고 전형적인 이야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대신 ‘그래, 가족’은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등장한 막내동생 낙(장준원 분)을 대하는 삼남매 성호(정만식 분), 수경(이요원 분), 주미(이솜 분) 등 삼남매의 리얼하고도 공감가는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를 보면서 ‘수경’을 자기 같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 같아요. 저는 ‘수경’이 특별히 차갑고 나쁜 아이가 아니라 그냥 굉장히 현실적인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서른이 넘은 나이에 갑자기 어디선가 11살 된 막내동생이 생긴다고 생각해보세요. 수경이 저러는 것도 충분히 현실적인 반응이거든요.”
“영화에서 수경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편집되서 아쉬웠어요. 그래도 칼같은 직장에서의 모습과 다르게 어수선한 집의 모습 등에서 수경의 약간 허술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것 같아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좋았던 점은 막내가 나타나면서 차갑게 살려고 하던 수경의 인간적인 면을 건드리다는 점이었죠.”
■ “걸크러쉬? 저도 멋진 여자 좋아해요”
이요원의 어딘지 중성적이고 차가운 매력은 그녀가 연기하는 캐릭터들로 인해 한층 더 두드러지게 표현된다. 특히나 이요원은 최근 몇 년 간 ‘황금의 제국’의 ‘최서윤’, ‘욱씨남정기’의 ‘옥다정’, ‘불야성’의 ‘서이경’ 등 세고 도도한 매력이 돋보이는 ‘걸크러쉬’ 캐릭터를 연기하며 더욱 이런 이미지를 굳혔다.
“저보고 자꾸 ‘걸크러쉬’라고 하는데, 사실 제가 ‘황금의 제국’ 전에는 그런 센 역할을 해본 적이 없어요. 기업의 음모니 재벌 후계자니 이런 캐릭터도 처음이었고. 근데 이후부터 자꾸 그런 역할들이 들어오길래 요즘 ‘센 언니’니 ‘걸크러쉬’니 하더니 이런 캐릭터들이 유행을 한다고 생각했죠.”
“센 역할이 싫지는 않아요. 저도 여자지만 그런 멋있는 여성 캐릭터들이 부럽고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나 있어요. 실제로 해볼 수 없으니 연기로라도 멋진 여자를 연기해보는 것이죠. ‘불야성’도 연기를 하는 내내 저도 ‘서이경’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시청률은 낮았지만 팬덤도 생겼는데, 아마 그런 매력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이요원은 앳된 외모와 다르게 배우로서의 경력이 상당히 긴 배우다. 10대 시절인 1997년에 패션잡지 모델로 데뷔했고, 1998년에 영화 ‘남자의 향기’에서 명세빈의 아역을 연기하며 연기자에 입문했으니 벌써 올해가 데뷔 20년차인 셈이다.
그런데 이요원은 이제는 슬슬 현장에서 선배 배우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보다 후배 배우들에게 인사를 받는 것이 익숙해지는 이 시점에서 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2009년 MBC 사극 ‘선덕여왕’에서 ‘선덕여왕’을 연기하며 연기인생의 정점을 찍기는 했지만 아직도 이요원은 배우로서 자신이 배울 것이 더 많고,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전 어릴 때는 이상할 정도로 정극이나 시대극을 좋아했어요. 그 때는 후배나 비슷한 또래 동료들이랑 편하게 연기하는 것보다 선배님들이랑 연기하는 것이 더 편했거든요. 요즘은 그게 아쉽기도 해요. 어차피 정극이나 시대극은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건데, 젊은 시절에 젊었을 때만 할 수 있는 역할을 좀 더 해볼 걸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직도 못 해본 역할이 너무 많죠. 특히 진짜 내 나이 또래의 현실적이고 평범한 그런 여자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말랑말랑한 로맨스 같은 거. 보통 이런 거는 20대에 하고 싶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그런 것에 관심이 가는게 저도 신기해요. 근데 지금은 40대가 되기 전에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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