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발병 일주일 만에 충청북도 보은군에서 5번째 확진과 6번째 의심 신고가 연이어 나왔다. 1,100만 마리를 사육하는 양돈 농가 대부분이 ‘A형’ 바이러스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확인돼 앞으로 구제역이 급속히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창궐에 이어 정부가 예방을 장담했던 구제역까지 확산하면서 대한민국이 가축 전염병으로 초토화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충북 보은군 탄부면의 한우 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이는 소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 농장은 올해 국내 첫 구제역 확진 판정은 받은 마루면 관기리 젖소 농장에서 2.4㎞ 떨어진 곳이다.
또 이날 역학조사 결과가 나온 충북 보은군 마로면 송현리의 한우 농가도 ‘O형’ 구제역 바이러스로 확진됐다. 관리 젖소 농장에서 450m 떨어져 있는 기본 방역대 범위 안 농장이다. 이 농장은 구제역 발생 이후 이뤄진 긴급 항체 형성률 일제 조사에서 항체 형성률이 87.5%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써 첫 발병 이후 이날 현재까지 구제역 확진 건수는 충북 보은 3건, 전북 정읍 1건, 경기 연천 1건 등 총 5건으로 늘었으며, 살처분 된 소도 1,000 마리를 넘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항체의 경우 바이러스 유입 후 자연 형성이 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검출된 항체가 항원-항체 반응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 백신 접종 후 생긴 항체인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감염 1~2주 후에야 항체가 형성된다. 타 지역으로의 확산 여부도 빠르면 이번 주께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백신도 태부족이다. 이날 정부와 새누리당이 구제역 확산방지 대책회의를 열고 160만 마리분의 ‘O+A형’ 백신을 이달 말까지 긴급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정부가 구비한 백신은 99만 마리분에 불과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같은 지역 내에서 최초 발생 외에 두 번째 발생농장부터는 의심소만 살처분 하도록 돼 있으나 필요한 경우에는 예방적 살처분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경기도 연천군 젖소 농가에서 발병한 ‘A형’ 바이러스가 돼지 농가로 급속히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제역은 A·O·C·Asia1·SAT1·SAT2·SAT3형 등 총 7가지 혈청형으로 유형이 구분된다. 각 혈청형의 백신은 다른 혈청형 항체 형성 등 교차 방어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지금껏 우리나라 돼지 농가에서 A형 바이러스 검출이 되지 않아 백신 접종이 없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 농가에선 O형과 A형 바이러스를 모두 방어할 수 있는 영국 메리알사(社)의 2가 백신(O+A형)을 상시 백신으로 사용한다. 이에 비해 돼지 농가는 O형 전용 백신이 사용되고 있다.
A형 바이러스가 돼지 농가로 급격히 확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 실제로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따르면 2013년부터 중국에서 발생한 25건의 구제역 중 3건은 돼지에서 발생했다. 돼지가 공기 중에 배출하는 바이러스의 농도는 소에 비해 3,000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쉽게 말해 돼지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전염성과 전파력이 더욱 크다는 뜻이다. 국내 돼지 사육 마릿수가 1,100만 마리에 달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돼지에선 주로 O형 구제역이 발병하다 보니 백신도 그쪽으로만 구비해 놨다”며 “연천 이외에는 아직 A타입이 발병하지 않은 만큼 돼지 농가로까지 확산되지 않도록 방역을 최대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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