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건의 구제역 확진판정이 나온 충북 보은에서 13일 구제역 의심농장 2곳이 추가로 발견됐다.
잇따른 구제역 발견은 물론 ‘물백신’ 논란에 이어 양돈 농가의 ‘A형’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까지 연이어 불거지면서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구제역,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그리고 최근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등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백신만 믿었으나 부족 사태는 재발했다. 더욱이 예방접종을 했음에도 백신은 효과가 없어 물백신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발언은 그때그때 다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항체 형성률이 100%가 나와도 각 개체의 면역력에 따라 구제역에 감염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백신 논란이 불거지자 내놓은 답변이다.
12일 충북 보은군 마로면 상장리 한우 농가에서 구제역 발병 여섯 번째 의심신고가 접수되면서 물백신 논란은 다시 불거졌다. 구제역 발병지 농가에서 2.4㎞ 떨어진 이 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법적 항체 기준치(80%)를 웃도는 81%였다. 8일 A형 구제역 확진판정이 난 경기 연천 젖소 항체율은 90%, 11일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군 마로면 송현리의 한우 농가가 87.5%, 또 다른 보은 농장의 항체율도 100%였다. 백신이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검역본부는 2010년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을 시작한 후 해마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라 전체 사육농가(9만6,000가구) 대비 10%에 해당하는 9,500농가의 항체 형성 여부를 조사해왔다. 전체 사육두수에 상관없이 농가 1곳당 무작위로 선정한 소 1마리만 검사하는 방식이다. 항체 형성 여부를 조사한 소는 전체 사육 마리 수(314만마리)와 비교하면 0.3% 정도다. 구제역이 처음 발병한 충북 보은, 두 번째 확진판정을 받은 전북 정읍 농가의 항체 형성률이 각각 20%, 6%에 불과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농식품부도 이와 관련해 8일 “기존의 항체 형성률 조사 방식은 한국에서 사육 중인 모든 소 개체 수의 항체 형성률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표본조사 주기와 방식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며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시인한 바 있다.
‘A형 바이러스’ 방역에 무방비 상태인 양돈 농가로의 구제역 확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숨을 죽이며 상황을 예의 주시는 상황. 8일 경기 연천 젖소 농가가 7년 만에 구제역 A형 바이러스 확진판정을 받았다. 정부가 보유한 ‘O+A형’ 백신은 소 전용. 사육두수가 1,100만마리에 달하는 돼지로 번질 경우 속수무책이다. 이중복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일주일가량 지난 지금이 A형 바이러스의 확산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라며 “아직까진 다행히 연천에 머물러 있는 것 같지만 확산되면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북 정읍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을 방문해 피해농가·방역추진현황을 보고받고 구제역 현장을 점검했다. 정부는 최종 보상금액이 확정되기 이전 살처분 농가에는 보상금 50%를 우선 지급하기로 했다. 살처분으로 소득 기반이 상실된 농가에 대해서는 생계안정자금도 즉시 지급한다. 전국 소 일제 접종 때 드는 예방 백신 구입비용은 국비 70%, 지방비 30% 부담으로 전액 지원할 예정이다.
/세종=김정곤·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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