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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메디아' 주연 이혜영 "섬뜩한 이야기 어떻게 풀까 두려웠죠"

메디아役…일생일대의 도전

신화 아닌 현대인의 이야기

여자·엄마·인간·배우로서

나를 돌아본 뜻 깊은 작품

배우 이혜영이 13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열린 연극 ‘메디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려웠다. 이 끔찍하고 섬뜩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어떤 고통과 분노가 자신의 아이들을 죽일 정도로 한 여인의 눈을 멀게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수록 몰입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을 버린 남편 이아손에 대한 식을 수 없는 사랑이 가슴에서 느껴졌고 자신마저 태워버릴 듯한 분노가 손끝에 만져졌다. 이제 메디아를 관객에게 이해시키는 일만 남았다.

13일. 연극 ‘메디아’의 개막을 앞두고 서울 용산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메디아’역을 맡은 이혜영은 메디아를 뼛속까지 이해한 배우에서 나아가 메디아로 변신해 있었다. 지난해 ‘갈매기’로 4년 만에 연극무대에 복귀한 데 이어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선 것.

이혜영은 “배우로서 ‘메디아’라는 역할은 일생일대의 도전이었다”며 “작업을 거듭할수록 메디아의 모든 것이 이해됐고 메디아를 통해 여자로서, 엄마로서,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나를 돌아보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번 배역을 맡기 전까지 그에게도 메디아는 ‘신화 속 인물’에 불과했다. 기원전 5세기에 쓰여진 고대 그리그 비극 속 인물은 모두에게 낯설었다. 그러나 연기를 거듭할수록 이혜영의 메디아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로 변모했다. 그는 “이번에 보여줄 메디아는 전혀 낯설지 않다”며 “신화로만 알고 있던 메디아를 현 시대로 끄집어낸 걸 기쁘게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혜영의 이 같은 자신감 뒤에는 헝가리 3대 연출가로 꼽히는 로버트 알폴디가 있다. 알폴디는 지난해 1월 국립극단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겨울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을 국내에 선보이며 호평을 받은 인물. 알폴디 연출은 “끝없는 고립감과 공포, 분노에 초점을 맞춰 메디아를 동시대성을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내는데 집중했다”며 “어둡고 처절한 이야기지만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감정과 유머, 관계에 대한 고민, 사회와 공동체가 안고 있는 관심의 문제를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올해의 주제로 ‘기억과 욕망’을 내세운 국립극단이 연극 메디아를 올해 첫 작품으로 무대에 올린 데는 김윤철 예술감독의 의지가 컸다. 김 감독은 “2014년 부임 당시부터 배우 중심, 서사 중심, 개념 중심의 연극을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메디아’는 이 세 가지 조건을 가장 잘 충족하는 작품”이라며 “사랑에 대한 기억에 삶을 지배당하고 사랑에 대한 욕망으로 결국 자신을 죽이는 메디아를 통해 현대인을 지배하는 가장 큰 정서, 그리고 보편의 문제를 풀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는 24일부터 4월2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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