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벌이 똑똑할까? 파리가 똑똑할까? 벌과 파리를 유리병에 넣고, 누가 먼저 탈출하는지 살펴보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결과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빛이 있는 방향에 출구가 있다는 지식을 갖고 있는 벌이 먼저 유리병을 탈출했다. 단, 출구와 빛이 비치는 방향이 같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만약 출구와 빛의 방향이 다르면 벌은 빛이 보이는 곳에서만 맴돈다. 반면 파리는 이곳 저곳 날아다니다 우연히 병 입구를 찾고 결국 탈출에 성공한다.
#사례2. 인텔은 퍼스널 컴퓨터(PC)의 핵심부품인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의 최강자로 1980년대 이후 단 한번도 선두자리를 내 준 적이 없다. 최고의 인력과 기술력으로 최고 성능의 제품을 만든다.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인텔은 최고의 인력과 기술로 ‘소피아’라는 스마트폰 칩을 선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성능은 뛰어났지만, 전력도 많이 먹고 열도 많이 났다. 스마트폰에는 맞지 않았다. 결국 2016년 4월 사업철수를 발표했고, ARM은 모바일에 특화된 제품으로 시장의 95%를 장악했다.
#사례3. 영화 ‘삼손과 데릴라(1955년)’, ‘헤븐리 바디(1944년)’의 주연을 맡았던 유명 여배우 헤디 라머. ‘여배우는 섹시할 뿐, 똑똑하지 않다’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군사기술 연구에 몰두해 1942년 적의 방해전파를 뚫고 목표까지 어뢰를 조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의 ‘대역확산 통신’ 기술은 40년이 지난 1980년 휴대폰의 핵심기술인 CDMA(코드분할 다원접속)와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에 활용됐고, 라머는 섹시한 여배우가 아닌 무선통신의 어머니, 과학자, 발명가로 인정받았다.
#사례4. 1826년 영국은 세계 최초로 증기자동차를 만들어 도시간 정기노선 버스를 운행했다. 그러자 마차를 끄는 마부들이 강하게 반대했다. 1865년 빅토리아 여왕은 자동차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동차 기술자들은 독일로 옮겨갔고 독일은 자동차 강국이 됐다. 그로부터 145년이 지난 2010년 미국에서 시작한 차랑 공유서비스 ‘우버’는 빠르게 진화하면서 하늘을 나는 비행택시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여전히 불법으로 묶여있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의 막막한 상황이다. 국내외 정치나 경제상황, 기업환경, 첨단기술, 소비자 등 어떤 곳도 어제의 정답이 더 이상 내일의 정답이 아닌 시대가 도래했다.
세상은 갈수록 질서를 잃고 혼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하고, 시간이 지난다고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힐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벌처럼 과거에 얽매여 변화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인텔처럼 성공의 경험과 지식을 맹신하면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가 됐다.
10년 전 한국을 방문한 엘빈 토플러는 이미 “변화의 속도에 살아남는 국가만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단언했다.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선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은 ‘파괴’의 과정을 거치는데, 혁신마저도 진화한다. 불과 몇 년 전 4차 산업혁명과 함께 ‘파괴적 혁신 기술’을 강조하던 전문가들이 이제는 그 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빅뱅파괴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혁신은 새로운 시도인 만큼 ‘위험’하다. 하지만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 것 자체가 더 큰 위험이 된다. 상황이 안정적일수록 잠재된 위험은 더 크고,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시대다.
타임이 선정한 21세기 혁신가 중 한 명인 린다 로텐버그는 ‘미쳤다는 것은 칭찬이다’라는 책에서 “만약 사람들이 당신에게 미쳤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그건 당신 생각이 혁신적이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하며 “모두가 앞으로 나아갈 때 옆으로 가보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혁신을 강조한다.
혁신은 사회적 편견과 기득권의 반발, 끝없는 실패, 부정적 여론 등 수 많은 저항에 부닥친다. 저항에 굴복하면 실패지만, 극복하면 성공할 수 있다. 이제 생존을 위한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다. 혁신은 저항을 거쳐 비로소 완성되는 만큼 저항에 저항하라!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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