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고 수출품은 면세 혜택을 주는 이 세제가 국제통상의 기초적 규칙에 어긋난다는 판단으로 제소될 경우 역대 최악의 무역분쟁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EU의 무역 정책을 총괄하는 이위르키 카타이넨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누군가가 EU의 이익이나 국제 무역 규정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우리도 대응책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에 미칠 재앙적인 결과를 고려할 때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피하고 싶지만 무역에서만큼은 글로벌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EU 내 자체적인 법적 기구도 있으나 일단 우리는 WTO라는 세계적인 기구의 일원”이라고 밝혀 WTO 제소를 우선 고려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EU와 미국 교역 상대국의 WTO 제소 움직임은 미 집권당인 공화당이 하원에서 이른바 ‘국경 조정세’의 도입을 발의한 가운데 나왔다. 공화당은 국경조정세를 포함해 국내 기업의 세금 부담을 전반적으로 낮춰주는 세제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국경조정세는 기업 제품이 판매되는 곳을 과세 기준으로 삼아 수출은 비과세하고 수입은 비용을 과표에서 공제해주지 않는 내용이 골자다. 국경조정세는 글로벌 법인세 시스템상에서 한 세기만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로, 실시될 경우 세계적 파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계획은 교역 상대국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작지 않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수입 상품이 대부분인 월마트 같은 유통업체와 대표적인 수출업체인 제너럴 일렉트릭(GE) 같은 업체는 되레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WTO를 비롯한 통상 전문가들은 국경조정세가 WTO 기준에 어긋난다고 입을 모았다. WTO 한 고위 관계자는 “(국경세는) WTO의 규정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 일차적인 판단”이라고 잘라 말했다. 만일 미국이 WTO 분쟁에서 패소할 경우 WTO 출범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 보복이 예상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채드 보운 전문가는 패소 시 미국이 보복에 따라 입을 피해 규모가 한해 3,850억달러(약 44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이제껏 나온 WTO 분쟁 판결 사례에서 나타난 최대치보다도 100배 정도나 클 것으로 추산된다고 FT는 보도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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