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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 방법·공정성 여부 꼼꼼히 따져야

KAIST 경영대학 교수

<36> 고객·기업 윈윈하는 가격 차별화

항공권 특가판매·마트 땡처리 상품 등

기업 손실 줄이면서 고객 이익은 늘려





‘제주 항공권 1만7,000원 초특가 판매.’

항공사에서는 최근에도 이런 이벤트를 인터넷에서 진행하고는 한다. 파격적인 가격이 아닐 수 없다. 탑승일이 주로 평일이기는 하지만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빠른 속도로 판매가 이뤄진다. 이때 여행 계획이 있던 고객도 있지만 이참에 여행 계획을 세우는 고객들도 있다.

그런데 항공사는 이 가격에 팔아도 이익이 나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이익이 나지 않는다면 손해를 보며 파는 것일까. 손해라고 할 수도 없다. 이게 무슨 말일까.

항공사는 정해진 시간에 비행기를 운행해야 한다. 하지만 비수기 평일에는 빈 좌석이 많이 생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할인을 해서라도 좌석을 채우는 게 효율적이다. 승객 한 명을 더 태워도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숫자로 살펴보자. 항공사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서울-제주행 비행기를 한번 띄우는 데 들어가는 원가는 900만원 내외라고 한다. 180석을 기준으로 하면 좌석당 5만원 수준에서 손익분기를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극단적으로 가정해서 아무도 타지 않으면 900만원 손실인데 1만7,000원짜리 티켓 100장을 판매한다면 매출 170만원이 발생, 그만큼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일단 이렇게 초특가 항공권을 판매하고 나면 다음 좌석 가격을 순차적으로 인상, 판매해 손익 분기에 다가가는 것이다.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효용을 주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실제 초특가 항공권은 좌석의 10% 정도만 배정한다고 함).



가격 차별화의 일반적인 정의는 동일 상품에 대해 별개의 가격이 책정되는 것을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 가격 차별화를 왜 고려해야 할까. 기업이 제품 가격을 1,000원으로 책정했을 때 100명의 수요가 생긴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가격을 900원으로 낮추면 수요가 늘어 110명이 된다고 한다. 추가된 10명은 1,000원에는 구입하지 않지만 900원에는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다. 원가가 900원 미만이라면 기업은 새로운 수요자 열 명에게만 900원에 팔고 싶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처음 100명의 수요자 중에는 1,000원이 아니라 1,100원에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을 것이다. 이들을 골라내 1,100원에 팔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수익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동일 제품을 고객에 따라 다르게 판매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또 그것이 공정한지도 생각해볼 만하다. 현실적으로 동일 제품을 고객마다 다른 가격에 파는 일은 쉽지 않다. 자신만 비싸게 구매했다고 느끼는 고객이 있다면 속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정말 모든 제품이 동일하기는 한 것일까.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앞에서 소개한 1만7,000원짜리 초특가 항공권과 당일 구입하는 서너 배 비싼 항공권은 동일 제품이었을까. 초특가 항공권은 일반인들이 선호하지 않는 시간대에 이용 가능하며 두 달 전에 선착순으로 구입한 항공권이다. 당일 항공권과 가격이 같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게 아닐까.

우리 주변에는 이미 다양한 가격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 다음번에는 이런 사례를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조성주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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