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공공기관 지정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공직사회를 마냥 매도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일이 이렇게 꼬인 가장 큰 원인은 공무원들의 퇴로 차단이다. 2015년 3월31일부터 시행된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은 업무와 연관된 일정 규모 이상의 영리기업에 퇴직 후 3년간 취업하지 못하게 돼 있다. 공직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이권을 챙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최근 고위공무원들의 조기 퇴직 분위기를 감안하면 퇴로를 어느 정도는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고급인력인 고위직 공무원들은 공직생활에서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려운 환경 속에 정년 이전에 옷을 벗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한창 일해야 할 50대 초중반에 공직을 그만두고 나와도 법적 제약 때문에 전문성을 발휘하기 힘든 분야에서 3년이나 보내는 바람에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초래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의 취지는 관료와 민간의 유착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해악을 막자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없다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우리 사회 엘리트인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제 법의 취지는 살리면서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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